김영문 관세청장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자택에서 확인된 ‘비밀공간’과 관련해서 “(공간 내에) 물건보다는 저희가 (밀수·탈세 혐의를) 추론할 수 있는 부분들이 몇 가지 있었다”고 10일 밝혔다.
김 청장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비밀방에 완전히 아무것도 없었던 것은 아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관세청 인천본부세관은 앞서 지난 2일 조 회장 부부와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 등이 함께 사는 평창동 자택을 압수수색해 3곳의 비밀공간을 확인했다.
김 청장은 비밀공간에 대해 “보통사람이 들어갔을 때 알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며 이 공간이 창고라는 한진 측의 주장을 일축했다. 그는 “옷장 뒤의 옷을 치워야 출입문이 나오는 구조”라며 “영화에 나오는 그런 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청장은 “안타깝게도 조금 치웠지 않나 하고 의심을 하고 있다”며 “그런 장치를 만들어놓고 그 정도로 비웠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향후 소환조사 대상에 대해서는 조 회장의 부인 이명희씨 등 세 모녀 외에도 조 회장과 그의 아들 조원태씨도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김 청장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서 필요하다면 당연히 (소환을) 해야 된다”며 “안 할 리가 없다고 제가 자신 있게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세관이 한진 총수일가의 개인 화물 운송을 담당했던 실무자의 PC 하드디스크를 압수해 조사 중이라는 언론 보도에 대해서는 압수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세관과 대한항공 간 유착 의혹에 대해서는 “세관 직원 중에서 (대한항공 측으로부터) 좌석 편의를 받은 사실도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며 “모든 걸 열어놓고 철저히 살펴보도록 하겠다”라고 전했다. 다만 “(좌석 편의 대가로) 밀수를 묵인해줬다고 보기에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유착됐다면 통관 쪽이고 조사·감시는 전혀 엄연히 조직에서 하고 있기 때문에 (유착에 대한) 걱정은 안 하셔도 된다”고 덧붙였다.
한진 일가의 밀수 경로로 지목을 받는 상주직원 통로에 대해서는 “상주직원 통로를 통한 밀수 가능성은 상당히 낮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반적인 여행자 통로는 전수 검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상당히 낮은 비율만 검사하고 있다”며 상주직원 통로보다는 여행자 통로를 통한 밀수 가능성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김 청장은 “아직 수사는 초기 단계”라며 “이번 수사에는 제보가 결정적으로 중요한 만큼 적극적인 제보를 부탁 드린다”라고 당부했다.
/박신영인턴기자 wtig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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