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3일 이번주에 류허 부총리가 미국을 방문하는 데 이어 시 주석의 최측근인 왕 부주석이 오는 6월 말이나 7월 초 방미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류 부총리가 미국으로 떠나기도 전에 중국이 왕 부주석의 미국행 카드를 고려하는 것은 무역갈등 해소를 위한 양국 간 입장차가 워낙 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양국은 지난 3~4일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을 단장으로 한 미측 대표단이 베이징을 방문한 데 이어 이번주에는 류 부총리가 대표인 대규모 중국 협상단을 미국에 보내 무역과 경제 분야의 주요 이슈를 놓고 재논의를 벌일 예정이지만 미국의 대중 압박 의지가 워낙 강한데다 중국도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등 첨단 분야 전략산업에 대한 양보가 불가능해 난항이 불가피하다. 류 부총리의 방미 성과가 불투명한 만큼 시 주석의 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왕 부주석을 미국에 해결사로 보내 담판을 짓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SCMP는 “왕 부주석이 무역갈등 이슈뿐 아니라 양국 갈등의 핵심원인으로 부상 중인 중국 정부의 첨단기술 분야 육성정책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해소하는 임무를 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와 2002년 중국의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사태 등 중국이 위기를 겪을 때마다 특급 소방수 역할을 했던 왕 부주석이 이번에도 ‘마법’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스인훙 인민대 교수는 “미국에 왕 부주석과 친분 있는 인사들이 적지 않지만 대부분은 트럼프 대통령이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라며 “미중 무역갈등이 첨단산업 육성이라는 중국의 전략적 발전목표와 관련된 문제라는 점에서 근본적인 해결책은 있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협상 실패라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중국 사회과학원의 미국 전문가인 루샹은 “양국 갈등이 심화할 경우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6% 이하로 떨어지고 수천만명의 실업자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중국은 대미 무역협상에서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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