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서발고속철도(SRT) 운영사인 SR 채용비리 청탁자 24명 중 23명이 코레일과 SR의 전·현직 임원들 자녀로 확인됐다. 나머지 1명은 SR 기술직 이사의 단골식장 업주 딸이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14일 서울 중랑구 지능범죄수사대에서 브리핑을 열고 지난 2015년 7월부터 약 1년 간 SR의 9차례 신입·경력직 공개채용에서 24명을 부정채용한 혐의(업무방해)로 SR 전영업본부장 김모(58)씨와 전 인사부서장 박모(47)씨를 구속하고 이들의 뒤를 봐준 대가로 금품을 챙긴 노조위원장 이모(52)씨, 김복환 전 대표이사와 청탁 지시를 따른 직원 등 11명을 불구속 송치한다고 14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전·현직 임원들의 친척과 자녀의 부정채용을 위해 접수시한이 지난 외국어 성적을 받아주고 서류·면접 점수를 조작해 합격시킨 혐의를 받는다. 탈락한 청탁자를 합격자 범위 내로 넣기 위에 상위 점수 20명~105명을 탈락시켰으며, 서류평가를 위탁받은 외주업체의 평가 점수를 조작하거나 갑자기 본사 평가를 도입해 외주업체가 매긴 점수를 백지화하기도 했다. 면접에 불참한 응시자를 합격시키거나 약어로 표시해 사전 내정하는 방법, 임직원들이 직접 면접위원으로 참여해 청탁자를 낙점하는 방법도 활용됐다. 채용계획에 없는 모집 분야를 일부러 2명 늘려 인사위원회 의결 문서를 허위로 작성한 후 부정채용한 사례도 있었다.
경찰은 또 노조 간부가 학부모에게 금품을 대가로 채용을 청탁 받고 도와준 사실도 확인했다. 노조위원장 이씨는 SR 전·현직 직원인 부모 11명에게 자녀 채용을 청탁받고 청탁자 1명당 적게는 200만원부터 많게는 3,700만원까지 받아 총 1억 230만원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노조 간부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결과 지원자들의 이력서를 면접 전 출력한 흔적과 채용 청탁 부모들에게 “잘 알고 있다. 합격될 수 있다”고 말한 정황에 비추어 노조간부와 임원들이 채용비리에 공모했다고 보고 있다.
이날 채용청탁 피해를 입은 과거 지원자도 브리핑에 참석해 입장을 밝혔다. 지난 2016년 7월 에스알 채용에 응시한 박모(28)씨는 5등으로 최종합격자에 들어갔지만 15등이던 코레일 직원 자녀에 밀려 탈락했다. 박씨는 “함께 면접을 본 지원자가 대부분의 질문에 ‘아버지가 현직 코레일 철도기관사’라고 답했다”며 “내게는 다니던 회사의 건설이념에 대해 묻는 등 에스알과 상관 없어 보이는 질문이 이어졌다”고 전했다. 그는“정말 가고 싶은 회사여서 일부러 경력 요건을 맞추려고 유관기관에서 3년을 근무했는데 채용비리에 밀려 허탈했다”며 “피해자 구제가 확실히 이루어지기 바라고 앞으로는 공공기관만이라도 이런 일이 없도록 도와달라”고 강조했다.
경찰은 구속된 2명을 검찰 송치했으며 에스알 측이 수사에 대비해 관련 서류를 파기하는 등 증거인멸한 정황을 포착하고 이를 추가로 수사할 방침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월 SR 채용 관련 비리 의혹에 대한 특별점검을 실시한 결과 13건의 채용 비리를 적발했다며 관련자 4명을 경찰에 수사의뢰했다.
/신다은기자 down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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