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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개척단’ 1박2일 유일용 PD의 제보로 시작된 비화 공개

5월 24일 개봉을 앞둔 올해 최고의 문제적 다큐멘터리 <서산개척단>에 국민적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사건의 첫 제보자가 1박2일 유일용 PD라는 사실이 밝혀져 화제다.

<서산개척단>은 5·16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가 ‘사회명랑화사업’이라는 명분으로 자행된 무고한 청년들과 부녀자들의 납치, 강제결혼 등의 충격적인 진실을 목도할 수 있는 작품이다.

5년간의 심층 취재와 세련된 촬영, 장르적 스토리텔링, 압도적인 OST 등으로 높은 극적 완성도를 선보이며,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단 한편의 다큐멘터리에 주는 상인 다큐멘터리상(진모터스상)을 수상, 개봉에 앞서 작품성을 인정받은 영화다.





<서산개척단>의 이조훈 감독에게 ‘서산개척단 사건’을 처음 제보한 사람이 KBS 예능 프로그램 [1박 2일]의 유일용 PD라는 사실이 알려져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조훈 감독과 대학 선후배이며, 동아리 선후배 사이인 유 PD는 어린 시절 서산에 살면서 아버지에게 ‘서산개척단’에 관련된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방송국의 프로듀서가 되자, 지역의 슬픈 역사를 방송으로 만들면 어떠냐는 제안을 구체적으로 피력하셨다는 후문. 예능 프로듀서로 활약하던 터라 유일용 PD는 자신보다 이 사건을 제대로 만들어 줄 수 있을 연출자를 떠올렸다. 바로 이조훈 감독이었다.

2013년 당시 간척지에 대한 행정소송으로 더욱 고통받고 있는 개척단 피해자들을 위해 이 사건이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져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야 한다고 이 감독에게 전했다. 제보 당시는 2013년, 박근혜 정권 초기였기 때문에 방송으로 내보낼 수 없는 상황이었다. 마찬가지로 이조훈 감독 또한 다큐멘터리 제작비 마련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영화제, 모태펀드, 지상파 방송사 등 다양한 창구를 두드렸지만 모두 한결같이 거절했다. 탄핵 국면이 지난 2017년 9월이 되어서야 영화진흥위원회로부터 제작비 지원금을 일부 지원받게 되면서 그는 지난 4년간의 비용에 대한 걱정을 조금 덜 수 있게 되었다.



이처럼 쉽지 않았던 다큐멘터리 제작을 5년간 끌어올 수 있었던 것은 이 감독 스스로가 이 사건에 깊숙이 빠져들었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서산개척단 사건’을 알게 된 이 감독은 관련 자료를 찾아보았으나 1960년대 나온 기사가 대부분이었고, 심지어 이는 모두 개척단 운영이 잘 되고 있다는 홍보성 기사였다. 이 감독은 사건의 진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 지역주민들뿐인 반세기간 철저히 은폐된 사건이라는 사실에 놀랐다. 이 감독 이전에도 개척단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찾아왔던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강제 결혼으로 가족을 꾸려 온 피해자들은 자녀에게 알려질까 두려운 마음에 신분 노출을 거절해 왔다. 서산에서 자란 유일용 PD의 도움으로 개척단 피해자들은 이 감독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고 카메라 앞에서 속내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이었기에 “아버지가 저질러 놓은 일”에 관심을 가져줄 까 희망을 걸고 인터뷰에 응한다는 피해자도 있었다. 하지만 유 PD의 도움에도 불구하고 인터뷰 설득만 3년이 걸렸던 피해자들도 있었다고 한다. “유일용 PD는 취재 중간중간 새로운 사실을 발견할 때마다 같이 소식을 주고받으며 어르신들에게 전달했다. 마을 주민으로서 그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유지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며 이 감독은 그의 역할에 고마움을 전했다.

57년 만에 처음으로 용기를 낸 개척단 피해자들의 피맺힌 한을 담은 영화 <서산개척단>은 오는 5월 24일 개봉해 관객들에게 깊은 공감과 뜨거운 공분을 동시에 선사할 예정이다.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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