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대목동병원에서 신생아 4명이 연이어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의료진이 재판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21일 서울남부지법 형사8단독 김선영 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 주치의인 조수진 교수 측 변호인은 “수액 지질 영양제 자체가 오염됐을 가능성이 있고 간호사들이 준비하는 과정에서 오염이 됐다는 것이 입증이 불가능하다”며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 결과 자체를 부인했다.
조 교수 등 의료진 7명은 지난해 12월 16일 오후 신생아 중환자실 인큐베이터에서 신생아 4명을 치료하는 동안 감염 및 위생 관리 지침을 어겨 신생아들을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경찰과 보건당국은 신생아들이 사망 전날 맞은 지질 영양제 ‘스모프리피드’가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에 감염됐으며 간호사들이 주사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감염이 발생한 것으로 봤다. 감염 예방 지침을 어기고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영양제 1병을 주사기 7개에 소분한 뒤 일부를 상온에서 최대 8시간 이상 방치했다는 게 수사당국의 판단이다.
또 이대목동병원에서는 주사제 1병을 여러 명에게 나눠서 주사하는 이른바 ‘분주’가 개원 이래 장기간 지속됐고 의사나 수간호사 등은 이를 묵인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조 교수 측은 “미국 제조사에서도 분주를 권장해왔고 40년간 분주해 왔지만 사망 사고가 없었다”며 분주 방식은 임상 결과를 통해 검증된 안전한 방식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이 사건은 당초 수사당국이 의료과실로 수사했다가 의료과실이 아닌 것으로 나오니까 감염 과실로 결론을 내린 것이라며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는 만들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변호인은 보건당국이 수거해 간 지질 영양제가 ‘제3의 장소’에서 오염됐을 가능성도 제시했다. 간호사들의 변호인도 “보건당국이 사후에 쓰레기통에 버려진 것을 수거해 검사했다”며 어떤 경로로 수거된 것인지 확인되지 않아 오염 경로를 정확히 결론 내리기 어렵다고 밝혔다.
변호인들은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 결과에 대해 감정의뢰를 신청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검찰과 일부 변호인들은 이번 사건에 대한 집중심리가 필요하다며 합의부로 재배당할 것을 요구했고 이에 대해 법원은 논의를 거쳐 결정하기로 했다. 다음 기일은 6월 11일 오전 10시 30분에 열릴 예정이다.
/장유정인턴기자 wkd1326@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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