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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인터뷰] '롱 웨이' 페퍼톤스, 백발이 날리는 순간에도 '가장 우리답게'

페퍼톤스 이장원(왼쪽), 신재평(오른쪽)/사진=안테나




밴드 페퍼톤스(신재평, 이장원)이 약 4년 만에 새 앨범으로 돌아왔다. 지난 9일 발표한 정규 6집 앨범 ‘롱 웨이(long way)’는 데뷔 14년차를 맞은 페퍼톤스의 음악적 내공이 빽빽하게 담겨있다. 시간이 걸릴 지언 정 만족스럽지 않은 곡은 내고 싶지 않다던 그들의 바람과 오랜 고민은 ‘웰메이드’ 앨범으로 완성됐다.

‘롱 웨이’라는 제목이 시사하듯 이번 앨범은 긴 여행을 떠나는 이방인의 입장에서 각자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옴니버스식 구성을 취하고 있다. 총 8개의 트랙 모두 각자 화자도 대상도 모두 다르지만 페퍼톤스의 유연한 상상력 속에서 모두 하나의 서사로 흐른다. 페퍼톤스는 이전 앨범과 다름없이 이번 앨범 역시 작사, 작곡, 편곡, 레코팅, 믹싱까지 모두 담당하며 세심한 부분까지 공을 들였다.

▲ 굉장히 오랜만에 신곡을 발표했다

신재평 :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앨범이 잘 만들어질 때까지 공을 들이는 편이다. 이제 자신있게 내놓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때 앨범이 나오는 편이라 오래 걸렸다. 이전에 앨범들을 내면서 저희가 하고 싶었던 것들을 막 쏟아내는 느낌이 있었다. 그 시기가 지나고 나서는 빈 그릇을 채우는 것 같은 시기를 보냈다.

▲ 앨범 타이틀명이 ‘롱 웨이’다

신재평 : 총 8트랙 가운데 연주곡 1곡을 제외하고 일곱 개의 이야기들이 단편처럼 구성되어 있다. 어딘가를 향해서 떠나는 사람,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는 사람, 철새 이야기, 지구에서 오랫동안 머물다가 돌아간 외계인 등 다채로운 이야기들이 옴니버스처럼 구성되어 있지만, 이야기를 관통하는 주제는 모두 ‘길’이다. 돌아올 기약이 없는 행복으로의 여행, 떠나는 길에 대한 여행이다. 그런 것들을 표현하는 단어를 찾다가 ‘롱 웨이’로 지었다.

▲ 옴니버스 구성이 독특하다. 이야기와 이야기가 맞닿아 있는 느낌이다

신재평 : 영화 ‘러브 액츄얼리’가 생각난다. 이야기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지는 않지만, 같은 주제를 이야기함으로써 다양한 화제들이 같은 이야기를 하는 걸 하나하나 느껴보고 마지막에 남는 것이 또렷해지는 구성을 하고 싶었다. 이 앨범 속 ‘긴 여행의 끝’이라는 곡은 이전에 ‘행운을 빌어요’와도 맞닿아 있다. 오랫동안 멀리 떠났다가 고향으로 돌아오는 이의 설렘을 담은 노래다. 그런 식의 연결고리가 있다.

▲ ‘긴 여행의 끝’과 ‘행운을 빌어요’의 연결고리가 뭔가

신재평 : 후속작을 염두에 두고 쓴 건 아니지만 뒷 얘기를 해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저희들이 공백을 깨고 4년만에 다시 돌아왔다는 관점과 맞아떨어지는 것도 있고, 주인공이 예전에 저희가 했던 노래에 등장했던 것이 살가운 면도 있을 거라 생각했다. 일부러 ‘행운을 빌어요’를 쓸 때 썼던 구절들을 많이 가져다 썼다. ‘행운을 빌어요’가 잘 가라는 내용이라면 이번에는 갔던 친구가 돌아오면서 재회를 맞는 설렘을 썼다

▲ 악기 구성이 많이 다양해진 것 같다

신재평 : 초기에는 악기도 많이 쓰고 팽창하는 느낌을 많이 주려고 했는데, 이후에 점점 극단적으로 간단한 구성으로 변했다. 무대에서 똑같이 재현할 수 있는 앨범을 내자는 생각이었다. 이번에는 그 중간점을 찾은 것 같다. 초창기만큼은 아니지만 편곡적으로 예전에 했던 방식을 되찾아서 악기를 많이 썼다. 서사적인 부분을 받쳐주기 위해서 스케일이 웅장한 소리를 집어 넣었다. 저희 음악을 들으시는 분들이 지겹지 않게 들으실 수 있도록 노력했다.

페퍼톤스 이장원(왼쪽), 신재평(오른쪽)/사진=안테나




▲ 4번 트랙을 이진아와 작업을 하게 된 이유는

이장원 : 맨 처음에는 가급적 외부 아티스트와 하고 싶었다. 외부 아티스트를 열심히 찾았지만 이 노래에 제일 잘 맞는 목소리는 이진아였다. 사실 5집 코러스에 진아 목소리가 들어있다. 그 때는 ‘K팝스타’도 나오기 전이다. 저희가 영재를 발굴했다고 봐도 무방하다(웃음). 진아가 노래하는 동영상을 보고 큰 충격을 받고 진아 목소리를 앨범에까지 담았다. 그때 인연이 같은 회사로까지 이어졌다.

▲ 유희열은 어떤 이야기를 해주던가

이장원 : 이번 앨범이 ‘웰메이드’ 앨범이라고 해주셨다. 희열이 형은 늘 저희를 존중해주신다. 사실 희열이 형이 저희 팬카페 회원이셨다. ‘손수건 왕자’라는 닉네임을 쓰셨다. 그때 인연이 시작됐다. 저희의 팬이셨기 때문에 지금도 그 자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 같다. 뭐가 나올까를 늘 기대해주신다. 굉장히 든든하다.

▲ 다른 장르의 음악에 도전해 볼 생각은 없나

신재평 : 우울한 노래를 안해봤는데 굳이 거기까지 갈 필요는 못 느낀다. 저희들이 만들어 놓은 철학 안에서도 할 게 많다고 생각한다. 이번 앨범처럼 저희들의 범위 안에서 비틀고, 바꿔도 충분히 저희의 음악을 찾는 분들이 지겹지 않을만한 음악이 나올 수 있다 생각한다. 꾸준히 가고 싶다.

이장원 : 초창기 노래들은 마냥 즐거운 노래들이 많았는데 점점 분위기가 달라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도 저희가 유지하고 있는 태도는 좋았으면 좋겠다. ‘나는 너무 슬퍼’를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는다는 게 저희가 유지하고 있는 태도다.

▲ 6월에 열릴 공연은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이장원 : 공연을 쉬지 않고 계속해왔지만, 앨범 발매 공연은 정말 오랜만에 한다. 이 앨범에서 우리가 주고 싶었던 느낌들이 다 전해졌으면 한다. 이번 앨범에 있는 곡들을 최대한 선보이려고 한다. 이와 함께 기존 곡들도 전체적인 ‘롱 웨이’라는 주제에 맞는 선곡들을 하려고 있다. 저희들이 가진 인간적인 매력은 숨긴 채 앨범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보려고 한다(웃음).

▲ 다음 앨범도 3년이나 걸릴 것 같은가

신재평 : 늘 그렇듯 만들어 나가면서 알게 될 것 같다. 조바심은 없다. 꼭 30대가 끝나기 전에 앨범을 내야겠다는 생각도 없다. 저희들은 길게 간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다. 저희들은 할아버지가 돼서도 백발을 휘날리며 노래를 부르자는 목표를 갖고 있다.

/서경스타 이하나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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