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억원대 뇌물수수와 350억원대 다스 법인자금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재판부의 요청이 있을 때만 선별적으로 재판에 출석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은 이 같은 내용의 불출석 사유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기로 했다.
25일 이 전 대통령 변호인인 강훈 변호사는 서울동부구치소에서 이 전 대통령과 접견한 뒤 “증거조사 기일 중 재판부가 대통령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는 날을 제외한 나머지 기일에는 재판에 안 나갔으면 한다는 말씀을 하셨다”고 전했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 23일 첫 공판에 출석해 모두진술을 한 후 식사를 잘 못하고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변호사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의 내용을 설명하는 조사기일에는 출석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아 이 전 대통령의 건강 상태를 고려해 불출석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강 변호사는 이 전 대통령이 재판을 거부하는 것은 전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대통령의 진심은 언제든 법정에 나가 진실이 무엇인지 검찰과 다투겠다는 것”이라며 “법원이 확인하고 싶은 게 있어서 출석해달라고 변호인에게 요청하는 기일에는 출석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행법상 재판에 선별적으로 출석하는 것은 불가능해 이 전 대통령의 요구를 재판부가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형사소송법은 피고인이 공판기일에 출석하지 않은 경우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 공판을 열지 못하도록 한다. 다만 피고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을 거부하고 교도관에 의한 인치가 불가능한 때에는 궐석 재판을 진행할 수 있다. /백주연기자 nice8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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