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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산재용 자금인데 우량기업 투자 막는 勞

노총, 근로자 비상기금 운용까지 '감놔라 배놔라'





노동계가 총 26조원 규모의 산업재해보상보험·고용보험 기금에 대해 “삼성전자(005930) 같은 무노조 기업에 투자하지 말라”며 고용노동부를 압박했다. 이러한 요구는 연기금이 기업에 대한 자본투자를 넘어 의결권을 적극 행사하는 ‘사회적 책임 투자’와도 맥락이 닿아 있다. 다만 안정적인 수익을 거두기 위해 우량기업 투자가 불가피한 고용부는 노동계 요구를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노동계가 주장하는 사회적 책임 투자의 정의가 명확하지 않은 것도 한 이유다.

한국노총은 지난 23일 열린 산업재해보상보험기금 예방심의위원회에서 “삼성전자를 포함해 노조를 탄압하거나 부당노동행위·갑질 논란이 있었던 대기업들은 고용부가 투자하면 안 된다”고 압박했다. 이날 위원회에 참석한 또 다른 관계자는 고용부가 코스피 상장 대기업 가운데 어디에 얼마나 투자하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산재보험 기금의 주식투자 내역도 요구했다. 고용부는 15조8,000억원에 이르는 산재보험 기금 가운데 27.5%를 국내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10조1,000억원 규모의 고용보험기금도 국내 주식에 24.3%를 투자한다. 두 기금은 또 각각 50% 이상을 국내 채권에 투자하고 있다.

고용부는 우선 현재 투자 방식에 비춰 노동계 요구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고용부가 개별 기업을 직접 지목해 투자 결정을 내리지 않기 때문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정부는 채권과 주식·대체투자 사이의 대략적 비중을 설정할 뿐 실제로 어느 기업에 얼마나 투자할지는 위탁받은 운용사들이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운용사들은 코스피 지수 등을 참고해 개별 기업 주식을 사들일지 여부를 판단한다.



고용부는 산재·고용보험 기금의 안정적 수익률을 위해 국내 우량기업 투자가 더욱 필요하다고 본다. 이들 기금은 근로자의 산재 보상, 실업급여를 위한 재원으로 활용된다. 특히 고용보험료는 근로자와 사업주가 나눠 내지만 산재보험료는 전액을 사업주가 부담한다. 기금 수익을 안정적으로 내지 못하면 기업들의 부담이 커지는 구조다. 그동안 산재보험 기금은 2013년 8조5,917억원에서 지난해 15조7,893억원으로 견조하게 늘었다. 고용보험 기금 역시 같은 기간 5조9,363억원에서 10조1,368억원으로 성장했다.

고용부는 기금의 성격을 고려해 노동계 요구를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기금의 사회적 책임 투자에 대한 개념 정립이 필요한 점도 고용부를 곤혹스럽게 한다. 고용부는 이미 국내 의결권자문기관인 서스틴베스트와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각각 2014년과 2015년 산재·고용보험 기금의 사회적 책임 투자 방안을 위한 연구용역을 맡겼지만 마땅한 결론을 얻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이종혁기자 2juzs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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