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외교·통상 등 다방면에서 중국과 충돌하고 있는 미국이 이번에는 톈안먼 대학살을 공개적으로 지적하고 나섰다. 북미 정상회담에 훼방을 놓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중국이 무역협상에서도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자 중국 공산당의 치부를 자극하는 전략을 취했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3일(현지시간) 중국 톈안먼 민주화운동 29주년을 맞아 이례적으로 직접 성명을 내고 중국의 인권 문제 개선을 강력 촉구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성명에서 “톈안먼 평화시위 29주년을 맞아 무고한 생명들의 비극적 희생을 기억한다”면서 지난해 타계한 중국의 인권운동가 류샤오보의 발언을 인용하며 중국 정부를 압박했다. 그는 “류샤오보는 지난 2010년 노벨평화상 수락 연설문에서 6월4일의 영령들이 아직 영면에 들지 못했다고 강조한 바 있다”며 “우리는 구체적인 사망자·구속자·실종자 숫자를 공개할 것을, 톈안먼 사태로 투옥된 이들을 석방할 것을, 시위 참가자와 그 가족들에 대한 학대에 마침표를 찍을 것을 중국 정부에 촉구한다”고 밝혔다. 또 “미국은 인권 보호를 모든 국가의 근본적인 의무로 여긴다”며 “중국 정부가 모든 시민의 보편적 권리와 근본적 자유를 존중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폼페이오 장관이 자신의 명의로 직접 성명을 낸 것은 이례적으로 평가된다. 국무부는 외국 현안에 대해 통상 대변인 명의로 입장을 발표한다.
이번 성명은 오는 12일 북미 정상회담과 본격적인 미중 무역전쟁을 앞둔 시점에서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꺼낸 전략적 카드로 풀이된다. 특히 지난주 말 베이징에서 진행된 3차 무역협상이 성과 없이 끝난 상황에서 대미 무역 흑자 감축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 중국을 향해 경고 메시지를 날렸다는 평가다.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이날 밤 중국 측과 협상을 마치고 귀국했다.
이번 성명에 대해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중국 정치에 개입하기 위한 무의미한 방해에 불과하다”면서 혹평했다.
한편 미국은 중국의 남중국해 군사기지화에 대응하기 위해 압박 강도도 높여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미 국방부가 남중국해에서 더 적극적인 ‘항행의 자유’ 작전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해상 순찰 시간을 연장하거나, 순찰 선박 수를 늘리고, 전자교란 장치와 첨단 군사 레이더 등 감시 기능을 강화하는 방법이 논의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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