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는 아쉽지만 스스로 자신감을 찾은 대회였습니다.”
안병훈(27·CJ대한통운)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생애 첫 우승 문턱에서 아쉽게 돌아섰다. 하지만 ‘전설’ 잭 니클라우스(78·미국)의 대회에서 연장 승부를 펼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안병훈은 4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더블린의 뮤어필드빌리지 골프클럽(파72·7,392야드)에서 열린 메모리얼 토너먼트(총상금 890만달러) 4라운드에서 3타를 줄여 최종합계 15언더파 273타 공동 선두에 오른 뒤 두 번째 연장전에서 버디를 잡은 브라이슨 디섐보(25·미국)에게 우승을 내주고 카일 스탠리(미국)와 함께 공동 2위를 차지했다.
‘탁구스타’ 안재형-자오즈민 부부의 아들인 안병훈은 지난 2016년 취리히 클래식 연장전 패배에 이어 두 번째 준우승을 기록하며 정상이 멀지 않았음을 알렸다. 그는 유럽 투어에서 2015년 메이저대회인 BMW PGA 챔피언십을 제패하고 그해 신인상을 받은 뒤 미국 무대로 옮겼다. 2016리우올림픽 때는 왕정훈(23)과 함께 태극 마크를 달고 국가대표로 참가하기도 했다.
선두 디섐보에 2타 뒤진 공동 5위로 출발한 안병훈은 1번과 4번홀에서 타수를 잃어 한때 공동 7위까지 밀리기도 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5·6·8번홀에서 버디를 잡으며 흐름을 다잡았다. 15번홀(파5) 버디로 공동 선두 디섐보, 스탠리와의 격차를 2타로 줄인 그는 17번홀(파4)에서는 두 번째 샷을 홀 70㎝ 옆에 붙여 턱밑까지 따라붙었다. 먼저 경기를 마친 안병훈은 디섐보와 스탠리가 나란히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보기에 그치면서 극적으로 연장에 합류할 수 있었다.
18번홀에서 열린 첫 번째 연장전에서는 스탠리가 보기로 탈락한 가운데 안병훈은 2차 연장에서 두 번째 샷을 그린 너머 관중 쪽으로 보내 위기를 맞았다. 인공 시설물에 볼이 걸려 벌타 없이 구제를 받은 그는 홀 가까이 붙이는 절묘한 샷으로 파 기회를 만들어 희망을 이어갔다. 그러나 디섐보가 3.6m가량의 버디 퍼트를 성공하면서 승부가 마무리되고 말았다.
아이언 클럽 길이를 모두 똑같이 만들어 쓰는 ‘괴짜 골퍼’ 디섐보는 지난해 7월 존디어 클래식에 이어 통산 2승째로 160만2,000달러(약 17억원)를 챙겼다. 안병훈은 약 8억4,000만원의 적잖은 상금을 받았다. 안병훈은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으니 후회는 없다”면서 “(대회를 주최하는) 잭 니클라우스가 ‘수고했다. 어프로치 샷이 멋있었다’고 격려해줘 영광이었다”고 말했다. 이 대회에서 다섯차례 우승한 타이거 우즈(미국)는 9언더파 공동 23위, 세계 1·2위 저스틴 토머스와 더스틴 존슨(이상 미국)은 나란히 11언더파 공동 8위로 대회를 마쳤다.
/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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