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가입국가 중에서 이른바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나라의 미술관 수를 한국과 비교하면 많게는 6배 이상 차이가 난다. 1관당 인구수를 기준으로 했을 때 독일은 2만명, 일본은 3.7만명, 프랑스는 4.6만명, 미국은 6만명인데 반해 한국은 12.3만명이다. 과거 서양의 도시 중심에 위치한 광장에는 성당과 시청사 그리고 상거래시설이 있었다면, 현대 도시의 중심에는 그 밖에도 미술관, 박물관 등 문화적인 시설이 필수가 되었다. OECD 가입 국가들 중에 한국은 미술관의 숫자로만 놓고 보면 그리 후한 점수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미술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최근 뜨겁다. 미술관은 물론 공공도서관 등에서도 미술과 예술을 주제로 한 강연이 다양하게 열리고 있다. 예술이 거래되는 미술시장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는 강의가 열렸다. 마포평생학습관 아현분관에서 지난 6월 7일부터 7월 5일까지 매주 목요일 오전 10시에 열리는 백지희(사진) 화가 겸 가천대 강사의 고인돌(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 강좌 ‘알고 보면 재미있는 미술과 이야기’가 그것. 14일 강의 둘째 날에도 40여명에 이르는 수강생들이 오전 시간 일찌감치 자리를 잡고 강의에 열중하고 있다. 고인돌(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은 본지 부설 백상경제연구원과 서울시교육청이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는 생애 주기별 인문학 아카데미로 올해 6년째다.
백 강사는 뮤지엄(Museum)의 어원이 기원전 이집트의 프톨레마이오스 왕국 시절 알렉산드리아에 뮤세온(Museon)에서 생겨났으며 그 뜻이 신비한 방이라는 언어적인 어원을 시작으로 19세기 현대식 미술관으로 알려진 알테스 박물관에 이어 모던과 포스트모던 미술관의 등장에 이르기까지 전시 공간의 역사를 시작으로 강의를 풀어나갔다.
“영국의 테이트 모던 미술관은 산업혁명시대를 이끌었던 공장지대가 더 이상 경제력을 잃게 되면서 지역이 낙후되는 것을 방지 하기 위해 설립된 것으로 건물의 재활용이라는 측면에서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어요. 현대미술의 개념이 점점 더 복합적으로 진화하면서 이를 소화해 낼 수 있는 전시공간의 혁신도 필요했던 것이죠. 미술관의 소장품이 실제 중요한 수익이 되기도 합니다. 주제에 따라 기획전을 상품으로 만들어서 전 세계 미술관에 이를 판매하는 것이죠. 우리나라에도 해외의 유명 미술관 소장품을 소개하는 대형전시의 경우 대부분 구매해서 판매하는 경우가 많아요.”
강의는 백화점 같은 전시공간, 전시공간 같은 상품 진열 등 예술과 일상이 혼재된 주변의 도시 환경에 대해 설명하면서 작품을 이해하는 안목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을 소개했다. 총 5강으로 구성된 이번 강좌는 1강 그림쇼핑하기 좋은 날, 2강 백화점 옆 미술관, 3강 누구나 미술을 살 수 있다 4강, 어렵지 않아요 현대미술 감상법, 5강 딜러와 컬렉터가 점 찍은 스타 작가들 등으로 진행된다.
한편, 제 6기 고인돌 프로그램은 서울시교육청 산하 22개 공공도서관과 50여개 중고등학교를 찾아가 문·사·철(文·史·哲)을 바탕으로 미술·음악·건축·과학·경제학 등으로 주제를 확장해 오는 11월까지 생활 속 인문학 강연을 펼쳐나갈 예정이다. 자세한 내용은 서울시교육청 평생학습 포털 에버러닝에서 확인할 수 있다./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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