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기업의 올해 여름 상여금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오는 2020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건설·토목 관련 기업의 실적이 개선된데다 디플레이션 탈피를 위한 아베 신조 정부의 임금 인상 요구까지 반영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15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게이단렌이 종업원 500명 이상, 도쿄증시 1부 상장기업 96곳의 올해 여름 상여금 타결액을 조사한 결과 평균 금액이 전년 대비 6.71% 증가한 96만7,386엔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금액 기준으로 지난 1959년 조사 개시 이래 최고치다.
건설업종의 상여금이 157만3,957엔으로 전년동기 대비 10.71% 올랐으며 철강업계도 17.71% 증가해 도쿄올림픽 특수를 톡톡히 본 것으로 분석된다. 주요 수출산업인 자동차업계의 상여금도 6.27% 오른 106만1,566엔으로 집계돼 아베노믹스의 효과가 여전함을 드러냈다.
니혼게이자이는 아베 총리가 요구한 ‘전년 대비 3% 임금 인상’ 요구에 기업들이 반응한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기본급은 한 번 인상하면 낮추기 어려운 만큼 상여금 인상률을 올려 아베 총리의 요구는 받아들이되 탄력적인 인상방법을 택했다는 것이다. 게이단렌이 4월 발표한 춘계 노사교섭 결과 집계에서 기본급 인상 비율은 2.54%로 여름과 겨울 상여금을 합하면 3%의 임금 인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사상 최고의 ‘보너스 파티’가 정부의 바람대로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니시니혼시티은행이 후쿠오카현 주민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51.2%는 여름 보너스 사용처로 ‘저축’을 꼽아 여행·레저라고 답한 비율(26.2%)을 크게 웃돌았다. 장기불황의 후유증으로 저축을 우선시하는 일본인들의 경향이 여전한 셈이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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