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강북권의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한국감정원 주간조사에는 4월 4주(4월 26일 기준) 강북권역(0.06%)이 강남권역(0.01%)의 상승률을 제친 데이어 강북은 최근 0.10%까지 그 수치가 높아져 서울 상승률을 견인하는 중이다. 반면 강남권역은 6월 1주 -0.01%를 기록하며 최근 8개월 만에 하락 전환했고 현재까지 상승률 수치는 강북권을 밑돈다. 특히 강남 4구는 4월 1주(-0.01%)에 마이너스 상승률을 보이며 지난해 9월 1주 이후 처음으로 집값이 하락했고 현재 역시 약세를 면치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강북권 상승은 서대문구, 중구, 종로구 등 이른바 도심권이 이끄는 양상이다. 서대문의 경우 가재울, 북아현 등 정비사업지의 아파트값이 강세를 보이고 있으며, 종로구는 ‘경희궁자이’, 중구는 신당동 일대의 아파트에 수요가 유지되면서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난다.
실제 서대문구 북가좌동 ‘DMC래미안e편한세상’ 전용 59㎡는 이달 들어 7억3,000만원에 매매 계약이 이뤄졌다. 종전 최고 실거래가 6억 9,000만원을 넘어선 가격이다. 이 단지 전용 120㎡도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자료에는 6월 9억5,500만원에 거래된 것으로 나타나는데 최근 10억원에 다시 손바뀜이 일어난 것으로 전해진다. 종로구의 ‘대장주’로 떠오른 ‘경희궁자이’도 전용 59㎡의 경우 3월 11억8,000만원에 거래된 후 현재 매도호가가 12억원에 이른다. 매물이 전반적으로 적은 반면 매수 문의는 꾸준하게 이어지면서 강보합세를 보인다. 중구 신당동 ‘남산타운’은 전용 59㎡(17층 기준)의 실거래가가 지난 3월 6억3,000만원에서 5월 6억9,500만원으로 올랐다.
강북권 강세는 실수요자들의 힘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의 규제 강도와 정책의 방향에 따라 빠르게 방향을 선회하는 투자 수요가 주된 강남과 달리 실수요 위주인 강북은 흔들림이 적다는 설명이다. 남가좌동의 한 중개사는 “무엇보다 실수요자들의 유입이 꾸준해 집주인들이 가격을 쉽게 내리지 않는 거 같다”고 했다. 그는 또 “최근 거래한 사례들 대부분은 실입주를 목적으로 산 수요자들”이라면서 “전세를 끼고 매입하는 갭 투자자들은 시장이 침체한 지금 쉽게 나설 수 없는 시점”이라고 했다.
주변 지역과 격차를 줄이려는 시도라는 해석도 많다. 신당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가령 강남에서 2억원이 올랐다고 하면 이곳은 3,000만~4,000만원밖에 오르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매도자 입장에서도 ‘갭 메우기’에 대한 기대가 높고 호가가 떨어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강남권이 주택시장 전반을 주도하는 곳이라면 도심 등 강북권은 강남을 따라가는 시장”이라면서 “그 동안 보였던 강남권 상승장의 흐름이 지금 강북권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일종의 추격 매수가 이어진 까닭이라는 분석도 있다. 지난 1년 집값 급등기에 매입에 나서지 못한 이들이 최근 들어서도 집값이 크게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자 상대적으로 ‘가격 메리트’가 부각되는 강북권 매입에 나서 강세를 보였다는 해석이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강북권에서 강남 침체와 대비되는 상승세가 계속될 수 있을까. 이 역시 엇갈린 전망이 나온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 팀장은 “강북권의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는 것은 맞지만 그 자체로 시장의 주도권이 넘어갔거나 시중의 자금이 강북권으로 향했다고 보는 등의 해석은 섣부르다”고 말했다. 고 원장도 “강남권을 따라가는 강북권 역시 곧 침체기에 접어들 것”이라면서 “종합부동산세 인상방안이 공개된 이후 시장이 더 침체된다고 하면 강북시장의 소강 시점도 더 빨리질 수 있다”고 했다.
반면 개별 지역의 호재에 따라서 상승 여력이 남아있다는 관측도 있다. 서대문구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최근 강남 재건축 규제가 심해져 강북의 알짜 재개발로 투자를 찾는 사람이 많다”면서 “강북권 주요 지역의 강세가 쉽게 꺼지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이유”라고 했다. 한 분양 대행사 관계자는 “동대문구 청량리 등 대형 개발 호재가 있는 곳은 특히 상승장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럴 경우 통계기관의 상승률은 상대적으로 더 높아 보이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완기·이재명기자 kingear@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