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노스다코타주에서 열린 유세 연설에서 ‘칠면조 요리론’을 불쑥 꺼내 들며 북한의 비핵화에 대해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 과정을 ‘칠면조 요리’에 빗대어 “(비핵화를) 서두르면 스토브에서 칠면조를 서둘러 꺼내는 것과 같다”며 “이제 요리가 되고 있고, 여러분들이 아주 만족할 것이지만 서두르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 서두를수록 나쁘고, 더 오래 할수록 더 좋아질 것”이라고까지 했다.
당초 빅뱅 식 일괄타결 프로세스를 강조하다가 “한 번에 모든 걸 해결할 수 없다”며 단계적 해법 가미를 시사했던 것에서도 한 발짝 더 나아가 장기전을 시사한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다.
트럼프 대통령 첫 임기 내에 주요 비핵화 성과를 내겠다며 정상회담 직후 ‘2020년말 데드라인’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던 폼페이오 장관도 최근 들어서는 비핵화 협상에서 시간표를 설정하지 않고 있다며 한발 물러섰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러한 기류 변화에는 그만큼 향후 협상이 녹록지 않을 수 있다는 현실인식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당초 목표로 제시했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를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담지 못한 것을 두고 후폭풍을 겪은 상황에서 명시적 협상의 시간표를 제시할 경우 기대치만 높일 수 있다는 우려가 작동했다는 것이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로선 11월 중간선거 전에 가시적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도 없지 않은 상황이어서 협상 속도를 놓고 북미 간 팽팽한 줄다리기가 전개될 전망이다.
한편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북한의 비핵화 계획 논의를 위해 내주 방북할 예정이라는 보도가 28일(현지시간) 나오면서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 따른 후속협상에 본격 시동이 걸릴지 주목된다.
그동안 ‘포스트 싱가포르’ 국면의 속도감 있는 진행에 마음이 급했던 미국과 달리 북한이 후속 조치 등에 대한 ‘화답’을 보내지 않은 채 뜸을 들이는데다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3차 방중이 이뤄지면서 북 중간 밀착관계로 후속협상이 더욱 꼬이는 듯한 흐름이 연출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미정상회담의 실무총책인 폼페이오 장관의 다음주 방북이 현실화되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체제 안전 보장’을 맞바꾸는 빅딜을 향한 후속 협상이 막을 올리게 되는 셈이다.
북미 양측은 6·12 정상회담 후 ‘정중동’ 속에 물밑 접촉을 벌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폼페이오 장관도 전날 상원 세출위 청문회에 참석, 구체적인 발언은 자제하면서도 협상이 진행 중이라고 확인했다.
아직 폼페이오 장관의 카운터파트가 알려지지 않은 가운데 지난해부터 북미 정보당국간 막후 채널을 가동해온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유력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리용호 외무상이 나설 가능성도 없지 않아 보인다.
북미가 정상회담 당시 합의한 한국전 참전 미군 전사자들의 유해송환을 위한 준비 작업이 사실상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에 유해송환 시기를 맞추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오 장관은 그동안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김 위원장의 진정성 있는 의지를 확인했다고 여러 차례 강조하긴 했지만, 협상이 시작되더라도 난관이 적지 않은 ‘긴 여정’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비핵화 정의에 대한 양측의 간극을 해소하는 일에서부터 북한의 비핵화 초기 조치, 사찰·검증, 이행, 보상 등의 조합을 서로 맞춰가는 과정에서 방법론 등을 놓고 기 싸움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홍승희인턴기자 shhs950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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