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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Who]B급 히어로도 그의 손에선 특급 캐릭터로...M&A 귀재 '아이거 매직'엔 미디어 꿰뚫은 눈 있었다

■폭스 품은 아이거 디즈니 회장

"급변하는 미디어시장 변화만이 살길"

폭스 인수, 아이거의 도전 DNA 입증

디즈니 가치에 디지털 콘텐츠 접목

적극적 인수합병으로 순익 상승행진

2009년 마블엔터 42억弗에 인수

어벤져스 한편으로 15억弗 수익

퇴임 시기도 2021년까지 미뤄

글로벌 콘텐츠 왕국으로 제2도약









“기업이 발전하려면 기존의 구태의연한 생각을 버려야 한다.”

이미 품 안에 들어왔다고 생각했던 21세기폭스의 인수를 앞두고 미국 1위 인터넷서비스 및 케이블TV 회사 컴캐스트가 훼방을 놓자 로버트 아이거 월트디즈니그룹 회장은 자신이 평소 주장해오던 말을 다시 한 번 되뇌었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폭스의 최고경영자(CEO) 루퍼트 머독을 설득해 지난해 12월14일 디즈니가 폭스를 인수한다고 공식 발표까지 한 상황이었다.

컴캐스트는 지난 13일 디즈니가 제시한 524억달러보다 높은 금액인 650억달러를 전액 현금으로 지급한다는 파격적인 조건을 폭스 측에 제시하며 인수전에 다시 불을 붙였다. 지난해 말 협상을 마무리하고 아이거 회장과 어깨동무를 하며 만족감을 나타냈던 머독 회장은 컴캐스트가 폭스의 몸값을 높여 다시 달려들자 싫지 않은 기색을 내비치며 디즈니의 다음 ‘수’를 기다렸다. 시장에서는 이미 인수 가격이 너무 높아진 상태에서 디즈니가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아이거 회장은 컴캐스트가 벌여 놓은 ‘쩐의 전쟁’에 뛰어들기로 마음을 먹었다. 디즈니가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살아남으려면 변화가 절실하다는 판단에서였다. 2005년 디즈니의 CEO를 맡은 후 그가 이끌었던 공격적인 몸집 불리기가 모두 성공했다는 자신감도 승부사 기질을 부추기는 데 한몫했다. 기존 인수가보다 무려 35% 높은 713억달러를 베팅한 아이거 회장은 결국 20일 폭스와 인수협약 계약을 다시 체결하며 사실상 승리를 거머쥐었다.



폭스 인수는 머독은 물론 고(故) 스티브 잡스, 조지 루카스, 아이작 펄머터 마블엔터테인먼트 회장 등 쟁쟁한 인물들과의 거래를 성사시키며 위기에 빠졌던 디즈니를 세계적인 콘텐츠 왕국으로 변신시키는 데 성공한 아이거 회장의 ‘도전과 혁신’ DNA를 전 세계에 보여주는 또 하나의 극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환경 생태계의 급격한 변화에 조금이라도 뒤처지면 한순간에 도태되는 미디어 업종에서 오랜 기간 일하며 쌓아온 경험은 시장의 변화에 누구보다 민감하고 눈앞의 기회를 자기 것으로 만들어내고야 마는 그의 경영인으로서의 자질의 바탕이 됐다. 애플 창업자인 잡스는 생전에 아이거 회장에 대해 “소비자들의 변화를 한발 앞서 포착하는 인물”이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여기에 수십년 동안 ‘디즈니 맨’으로 살아오면서 더욱 커진 디즈니에 대한 애착심도 디즈니를 콘텐츠 왕국으로 성장시킨 원동력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1974년 ABC방송의 일기예보 아나운서로 미디어 시장에 첫발을 내디딘 그는 1990년 당시 최고의 인기 시리즈물인 ‘트윈 픽스’ 기획에 기여하면서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이후 ABC엔터테인먼트 사장, ABC네트워크 텔레비전그룹 사장, ABC 사장 등을 역임했다. 1996년 디즈니가 ABC를 인수한 후에는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능력을 인정받아 ABC 회장은 물론 디즈니의 국제부문 사장까지 맡게 됐다. 2000년 디즈니의 2인자로 올라선 그는 그로부터 5년 뒤 21년간 디즈니를 이끌어온 마이클 아이즈너 회장의 뒤를 이어 디즈니의 수장이 됐다.

출시하는 작품의 잇단 부진과 애니메이션 시장의 변화로 경영난에 허덕이던 디즈니를 이끌게 된 아이거는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대응해 스스로 변신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인식 하에 디즈니에 새 바람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그가 택한 전략은 적극적인 인수합병이었다. CEO로 임명된 지 1년 만에 회사 순이익을 18% 이상 끌어올린 아이거는 2006년 잡스가 설립에 참여한 픽사를 74억달러에 인수하며 오랜 침체에 시달리던 디즈니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컴퓨터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디지털 영상기업인 픽사의 인수를 두고 아이거는 최근 한 강연에서 “픽사는 디즈니가 고수하던 2D 애니메이션보다 컴퓨터 애니메이션을 발전시키고 있었다”며 “디즈니의 핵심 가치에 충실하면서도 전 세계 소비자들의 요구를 반영한 디지털 콘텐츠를 만들 수 있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아이거 매직’은 이후로도 계속됐다. 2009년에는 마블엔터테인먼트를 42억달러에 사들였다. 당시 마블은 경영난으로 주요 캐릭터인 스파이더맨과 엑스맨의 저작권을 소니픽처스와 폭스사에 각각 넘긴 상태였다. 마블에 남아 있던 캐릭터는 당시 B급 히어로였던 아이언맨과 토르 등이었다. 디즈니의 마블 인수에 월가에서는 인수 가격이 높다며 아이거에 대한 비판론이 쏟아졌다. 하지만 아이언맨과 토르는 아이거의 손을 거치면서 특급 캐릭터로 다시 태어났고 이들을 중심으로 2012년에 개봉한 ‘어벤져스’ 한편으로 인수금액의 3분의1인 15억달러를 수익으로 거둬들였다. 그의 선구안이 다시 한 번 입증된 순간이었다. 이후 2012년 41억달러에 루카스필름을 인수해 스타워즈 시리즈 한편으로 20억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13년간의 디즈니 CEO 경력이 성공적이었음을 입증하듯 그는 2019년 7월 예정이던 퇴임 시기를 2021년까지 미루기로 회사 측과 합의한 상태다. 당초 2015년 4월 퇴임 예정이었지만 그의 임기는 2016년 6월, 2018년 6월, 2019년 7월으로 수차례에 걸쳐 연기되고 있다.

이번 폭스 인수가 최종 마무리되면 디즈니는 스트리밍 서비스 확산이라는 변화와 이러한 변화를 일으킨 미디어 신흥 강자 넷플릭스에 대응할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폭스는 현재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 회사인 훌루의 지분 3분의1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트리밍서비스로 옮겨붙을 미디어 전쟁에서 아이거의 매직이 또 한 번 통할지 글로벌 미디어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노현섭기자 hit812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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