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구의 아파트값 상승세가 매섭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로 인해 강남을 중심으로 서울 전체가 부동산 침체를 겪는 가운데 서대문구가 강북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직장·주거 접근성이 우수한 데 비해 저평가 돼 있다는 판단에 일부 단지에서는 추격매수세가 붙어 가격이 급등하는 모양새다. 강북 최초로 전용 84㎡ 10억원을 넘어선 경희궁 자이를 비롯해 올초부터 급격히 오른 마포구의 아파트 시세와 갭메우기 중이란 분석이다.
9일 서대문구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대문구의 아파트 매매수요는 꾸준하고 일부 단지에서는 추격매수세가 이어지고 있다. 종로구와 접하고 있는 독립문 극동 아파트 전용 114㎡는 6월 8억5,000만원에 거래돼 실거래 최고가를 기록했다. 올해 1월 같은 층이 8억500만원에 거래된 데 비해 4,500만원이 올랐다. 현저동 K공인중개 대표는 “매수자는 계속 줄 잇는데 공급이 부족하다 보니 호가를 올려도 거래가 되고 있다”며 “가까운 경희궁 자이 전용 84㎡가 14억원에 달하고 정부 규제에도 부동산 시장이 꺾이지 않으니 불안해서 이제라도 매수에 나서는 수요가 있다”고 전했다.
서대문구 홍은동 벽산 전용 84㎡는 단지 최초로 5억원을 넘어 최고가 거래를 기록했다. 올해 1월만해도 4억3,000만원이었던데 비해 7,000만원 가량 오른 가격이다. 인근 H공인 대표는 “이제 마포구만 해도 전용 84㎡가 기본적으로 8억원이 넘는데 3호선을 통해 도심권 출퇴근이 용이한 홍은동에 5억원 이하로 살 수 있으니 외부에서 이주하려는 수요가 추격매수세까지 만들었다”고 말했다.
여기에 그간 강세를 보여왔던 서대문구의 뉴타운도 시세가 떨어지지 않고 버티고 있다. 북아현뉴타운의 아현역푸르지오 전용 34㎡가 6월 5억5,000만원에, 가재울뉴타운 DMC파크뷰자이1단지 전용 84㎡는 6월 9억3,000만원에 각각 최고가로 거래됐다. 남가좌동 A공인 대표는 “도심 접근성이 좋고 커뮤니티 시설이 잘 되어 있어 실거주 목적 수요가 꾸준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서대문구의 아파트값은 한국감정원 기준 6월 한달 간 0.81% 올라 서울 25개 구 중 최고를 기록했다. 7월 첫째주에 서울시 전세가격이 2월 첫주 이후 플러스로 돌아선 가운데, 대부분의 구가 마이너스 성장률인 것과 달리 서대문구의 전세가는 0.12%로 중랑구에 이어 두번째 수준이다.
서대문구 아파트값 강세 요인은 무엇보다 직장·주거 접근성이 꼽힌다. 강남에서 마포구, 마포구에서 서대문구 순으로 집값 상승에 따른 이주 수요가 이동하면서 갭메우기가 진행 중인 것이다. 여기에 신규 공급 물량의 분양가 프리미엄이 인근 기존 아파트의 시세상승을 이끄는 모양새다. 그간 입주 시기에 잔금을 치르지 못한 분양권이 낮은 가격에 쏟아지는 현상이 벌어지지 않아 가격이 탄탄히 올랐다. 매매와 전세 모두 수요가 많아 이미 전세가가 분양가를 넘어선 아파트가 많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입주한 북한산더샵은 전용 84㎡ 기준 분양가가 4억9,000만원 수준 이었지만 입주 당시 전세가격이 이미 5억원을 넘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서대문구의 갭메우기에도 한계가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남가좌동 J공인 대표는 “2008년 침체기 처럼 워낙 거래가 없다보면 마포구 갭메우기와 별개로 보합세 후 시세 조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선행한 지역의 상승폭이 둔화하면서 보합세로 돌아서면 후발 지역은 상승 시기가 더 짧을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이재명기자 nowl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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