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3일 우리 사회의 양극화 문제를 거론하며 “삼성은 글로벌 기업이 됐지만 우리 가계는 오히려 가난해졌다”며 대기업 책임론을 거론했다. “대기업의 이익 중 노동자의 임금으로 돌아오는 몫이 적다”고도 했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한 축을 담당하는 홍 원내대표의 발언은 현 정부 여당이 경제를 바라보는 시선과 철학을 그대로 보여준다. 하지만 그의 발언은 현실 경제와는 동떨어져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시각이다. 홍 원내대표 발언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어봤다.
①기업 이익은 투자의 ‘원천’=홍 원내대표는 “삼성이 지난해 순이익 60조원 중에서 20조원만 풀면 200만명에게 1,000만원씩 더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은 임금, 임대료, 원재료 등의 비용을 들여 생산물을 판매하고 남은 이익으로 투자나 배당을 한다. 기업 이익을 생산과 관계없이 나눠주면 투자 여력이 줄어들고 이는 다시 고용악화로 이어진다. 현재삼성은 우리 기업중 가장 많은 금액을 연구개발(R&D)에 쏟아붓고 있다. 삼성의 막대한 이익은 10조원을 훌쩍 넘는 R&D에서 비롯된 셈이다.
②삼성전자 협력업체 이익률 평균 웃돌아=삼성이 협력업체를 쥐어짜서 최고 기업이 됐다는 주장도 논리적 근거를 찾기 어렵다. 삼성의 성공은 혁신경쟁에서 승리한 결과다. 1990년대 초 D램 개발 이후 20여년 넘게 메모리 반도체 1위를 유지한 것은 과감한 투자와 혁신이 바탕이 됐기에 가능했다는게 공통된 평가다. 스마트폰 역시 과감한 투자로 선두주자인 애플을 따라잡았기에 현재의 갤러시라는 브랜드가 살아남았다.
삼성의 혁신은 협력업체에도 이익이 됐다. 삼성전자 1차 협력업체 모임인 협성회 회원사 중 지난해 12월 결산한 149개사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8.5%로 국내 제조업체 평균(5%)을 웃돌았다. 삼성 협력업체로서 높은 기술력을 인정받아 높은 이익률을 얻고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세수 측면에서도 기여가 크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국내외에서 낸 세금은 총 15조1,000억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국내에 낸 세금은 전체의 80%가 넘는 12조 2,310억원. 지난해 전체 매출(239조 6,000억원) 대비 국내 매출 비중(13%)과 비교하면 삼성의 기여도는 확연히 높다.
③임금은 이익 아닌 노동시장서 결정=홍 원대대표는 기업이 번 돈에서 임금으로 나가는 비율인 ‘임금소득기여도’를 언급하면서 이익 대비 임금 비율이 낮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임금은 기업의 이익이 아닌 노동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 임금은 노동시장에서 더 좋은 인재를 채용하기 위한 기업들의 경쟁에 따라 결정된다는 얘기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성과급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기업의 이윤으로 임금을 주라는 것은 시장 원리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④경제부총리도 최저임금 영향 ‘인정’=홍 원내대표는 “소득주도 성장 때문에 고용쇼크가 발생했다는 지적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고용쇼크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은 경제사령탑인 김동연 부총리도 인정한 부분이다. 김 부총리는 지난 12일 기자들과 만나 “일부 업종과 연령층의 고용 부진에는 최저임금 인상 영향을 감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⑤한국 법인세 비중 OECD보다 높아=홍 원내대표 주장대로 전체 세수에서 법인세의 비중은 22.3%(2017년 기준)로 소득세 비중(27.1%)보다 낮은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이것이 한국만의 현실은 아니라는 점이다. 한국은 국세와 지방세를 합한 전체 세수 중 법인세 비중이 12.8%(2015년 기준)로 OECD 평균(9.0%)보다 높다. 반면 소득세 비중은 17.7%로 OECD 평균(26%)에 못 미쳤다. 이는 46.5%에 달하는 면세자 비율 탓이 크다. 더구나 중소기업보다 대기업의 법인세율이 높아 대기업의 세부담이 적다는 것도 논리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한편, 홍 원내대표는 자신의 발언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자 “최대한 쉽고 단순하게 설명하려는 의도에서 일부 잘못 전해진 내용을 맥락과 상관없이 꼬투리를 잡아 비난하는 건 지나치다”며 해명에 나섰다. 그는 “재벌을 해체하자, 거위의 배를 가르자는 주장이 결코 아니다”라며 “삼성과 같은 중요 기업들이 사회적 책임을 다해 위기 극복에 나서 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그의 발언이 대기업에 투자와 고용을 늘리라는 압박 내지 ‘러브콜’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김능현·한재영·박형윤기자 nhkimc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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