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조 스님(87)이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의 퇴진과 종단 개혁을 요구하며 시작한 단식이 29일로 40일째를 맞았다. 설정 스님은 지난 27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진퇴를 종단 구성원의 뜻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시점은 아직 베일 속에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설조 스님의 단식 중단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조계종적폐청산시민연대 측에 따르면 설조 스님은 28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집회를 마치고 단식장을 찾은 참가자들에게 “며칠 뒤에 단식 중단 여부를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불국사 주지, 법보신문 사장 등을 역임한 설조 스님은 지난 1994년 종단 개혁 당시 개혁회의 부의장을 지냈다. 스님은 지난달 20일 “목숨이 끝이 나거나 종단의 변화가 있을 때까지 단식하겠다”며 “설정 총무원장 및 현·전 집행부 퇴진, 비상대책기구 구성을 요구한다”고 밝힌 바 있다.
설정 스님은 27일 조계종 중앙종회 의장단 및 종책모임 대표들을 연쇄 접촉하는 등 사태 해결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종단 안팎에서는 설정 스님의 퇴진 여부에 관심이 집중돼 있다. 이와 관련 30일 교구본사 주지협의회가 현 상황 및 총무원장 거취를 주제로 회의를 열고 회의 결과를 31일 설정 스님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이어 다음달 16일에는 조계종 중앙종회에서 종단 현안을 다루기 위한 임시종회를 개최한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의구심을 보내는 눈길도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40일간 의견도 수렴하지 않고 무엇을 했나”는 의견도 제기된다. 설조 스님 측에 우호적인 한 인사는 “본사주지협의회나 중앙종회는 자승 전임 원장 및 설정 현 원장에게 장악당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설정 스님의 퇴진이 이뤄진다 해도 종단 내 갈등이 곧바로 해소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종헌종법상 총무원장 사퇴 시 총무부장이 권한대행을 맡을 뿐 아니라 이후 60일 내 총무원장 선거를 다시 치르게 돼 있어 현재와 별반 다르지 않은 조계종 지도부 체제가 다시 등장할 가능성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설정 스님의 총무원장 퇴진을 주장하는 조계종적폐청산시민연대 측은 “현 선거 제도에서는 몇 번이고 재선거를 하더라도 질 수밖에 없는 구도”라며 “설정 스님이 사퇴한다면 비상대책기구를 세워 직선제로 선거를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영탁기자 ta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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