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수(사법연수원 17기)·이동원(17기)·노정희(19기) 신임 대법관이 취임식을 마치고 본격 업무에 돌입했다. 이로써 대법관 14명 가운데 김명수 대법원장을 비롯한 8명이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인사로 채워졌다. 대법관 구성 변동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을 둘러싼 국정농단 사건과 이명박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횡령 사건에까지 줄줄이 영향을 끼칠 것으로 법조계는 예상했다.
김선수·이동원·노정희 대법관은 2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에서 취임식을 갖고 업무를 시작했다. 대체로 민감한 사안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는 분위기 속에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잡음이 많았던 김 대법관만 정치 편향성 문제를 적극 해명했다. 김 대법관은 “변호사와 사법개혁 관련 경력들이 편향성이 있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는 사실을 청문회에서 알게 됐다”며 “외부 압력에 굴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정치적 고려도 일절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법조계는 김 대법관의 이 같은 다짐에도 앞으로 대법원 판결의 기조 변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3명의 신임 대법관 취임으로 사법행정 최고 의결기구인 대법관회의 구성원 14명 가운데 8명이 문 대통령이 임명한 인사로 채워졌기 때문이다. 대법원장과 12명의 대법관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 구성원도 과반(7명)이 현 정부 인사로 채워졌다. 남은 대법관은 이명박 정부 때 임명된 김소영 대법관과 박근혜 정부 시절 취임한 조희대·권순일·박상옥·이기택·김재형 대법관 등 6명뿐이다.
특히 법조계는 당장 2심 선고를 앞둔 박 전 대통령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국정농단 사건의 향방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이미 대법원 3부(주심 조희대 대법관)가 심리에 들어간 이 부회장 사건도 주목도가 높은 재판이다. 김창석 전 대법관이 빠지고 이동원 대법관이 들어오면서 대법원 3부 구성원은 박 전 대통령이 임명한 조희대·김재형 대법관과 문 대통령이 임명한 민유숙·이동원 대법관으로 균형을 맞췄다. 게다가 재단 출연금과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금 뇌물 인정 여부는 박 전 대통령 사건과 겹치는 쟁점이기 때문에 두 사건이 추후 병합돼 전원합의체에 회부될 가능성도 높다. 이 판결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최근 우리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8,000억원대 투자자국가소송(ISD)에도 결정타로 작용할 수 있다.
이 전 대통령 사건 역시 상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대법관 교체로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이 전 대통령이 임명한 유일한 인사인 김소영 대법관이 오는 11월2일 퇴임함에 따라 후임자를 3일부터 13일까지 법원 안팎에서 추천받는다고 이날 밝혔다.
이 밖에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철회, 양심적 병역거부 등을 비롯해 재판거래 의혹을 받고 있는 일제 강제징용·위안부 피해자 손해배상 청구 사건 등도 심리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방법원·고등법원 이원화, 고법 부장제도 폐지 등 김 대법원장이 추진 중인 제도개혁도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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