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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강남북 인프라 균형

김세용 서울주택도시공사 사장





온 동네가 화려하기만 할 것 같은 미국 뉴욕의 맨해튼에도 센트럴파크를 경계로 동과 서에 미묘한 불균형이 존재한다. 일찍부터 고급 주거지로 개발된 곳이 많은 동쪽과 공업 지역이 많았다가 근래에 개발된 서쪽 사이에는 부동산 가격에 엄연한 차이가 있다. 템스강을 사이에 둔 런던의 강북과 강남에서도 불균형이 체감된다. 오랫동안 런던의 중심이었던 강북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됐던 템스강 이남을 되살리기 위한 노력이 밀레니엄돔·밀레니엄빌리지 등의 거창한 프로젝트였다.

조선 시대 한양에도 지역 간 불균형이 있었다. 도성 한가운데를 흐르는 청계천을 경계로 북쪽에는 왕궁이 있었다. 왕궁 주변은 주로 양반들이 살던 고급 주거지였고 청계천 남쪽은 남산골로 대표되는 상대적으로 곤궁한 지역이었다. 강남과 강북이 아닌 천남(川南)과 천북(川北)의 이슈가 수백 년 전에도 있었던 것이다. 큰 도시에서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동일한 인프라 혜택을 누리기는 어렵다. 도시에 강이나 산, 혹은 큰 녹지처럼 거대한 구획이 있으면 거주지 분화는 더 확실하게 되고 그곳을 경계로 진화의 차이가 생기게 마련이다.

강북은 만든 지 600년이 넘는 도시인 반면 강남은 예순 살이 채 안 된 곳이다. 영동 토지구획 정리사업이라는 이름으로 강남을 본격적으로 개발하기 시작한 때가 지난 1960년대 후반인데 강남은 태어난 지 20년이 안 돼 강북을 따라잡아 버렸다. 베드타운으로 개발되던 곳에 대법원·검찰청·국가정보원 등 정부 주요기관들이 자리 잡았고 경기고 등 명문학교들이 속속 이주했다. 강남이 서른 살을 넘어서면서 강남과 강북의 격차가 너무 커졌고 강남북 균형 발전이 사회적 이슈가 됐다. 20여년 전쯤의 일이다.



2000년대 초중반 시도된 강북 뉴타운은 강남북 균형 발전을 기치로 내건 사업이었다. 그러나 당시 이를 인프라의 균형보다 땅값의 균형으로 인식한 사람들이 다수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많은 사람이 뉴타운 개발을 부동산 차익을 얻을 수 있는 ‘막차’ 정도로 여기던 시절이었으니 사업이 잘되기는 어려웠다.

강남북 균형 발전이라는 사회적 이슈가 등장하고 이를 해결하지 못한 채 지내온 지 20여년이 다 돼간다. 강산이 두 번 변하는 세월, 강남북의 인프라 격차는 조금도 줄지 않았다. 강남구와 강북구만 예를 들어보자. 강남구와 강북구의 일자리 수는 69만여개 대 6만 9,000여개로 10배 정도 차이가 난다. 종합병원 병상 수도 강남구는 3,000개가 넘는데 강북구는 200개 정도다. 도서관 좌석 수도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다른 자치구들의 차이도 별반 다르지 않다. 소득 양극화는 심해지고 여러 불균형이 예견되는 이때, 이제는 인프라의 균형을 맞추려는 시도가 필요하다. 더 늦기 전에 강남북 거주자들이 동등한 삶의 질을 누릴 수 있게 하는 시도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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