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서울 아동복지센터에는 베이비박스를 거쳐온 남아 2명과 여아 2명, 총 4명이 입소했다. 이날 여아들은 아동복지센터에서 서류 수속을 마치자마자 곧장 시내 보육원으로 보내졌다. 반면 남아들은 수용하겠다는 보육원이 나타나지 않아 아동복지센터에 남겨졌다. 보육원 관계자는 “여아 선호도가 높아 여아는 곧바로 서울 시내 보육원으로 가는 반면 남아는 크면 통제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받기를 꺼린다”면서 “결국 남아와 장애아는 지방 보육원에 등 떠밀리듯 보내지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성별, 건강 상태, 피부 색깔 등에 따라서도 유기 아동들의 행로가 갈린다. 서울·수도권 보육원은 정원 대비 충원율이 높아 아기를 골라 받는 반면 지방 보육원들은 그렇지 못한 상황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서울 보육원의 평균 충원율은 83%였다. 이는 전국 보육원 평균 충원율인 77%보다 6%포인트 높은 수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서울 보육원의 남아 수용률이 전국 평균을 밑도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서울 보육원의 평균 남아 수용률은 55%. 이는 전국 보육원의 평균 남아 수용률인 57%보다 2%포인트 낮다. 여아 선호 현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장애·다문화 아동도 지방 보육원에 몰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지역 아동복지시설의 한 관계자는 “아동 연령과 인원에 따라 보육 교사 수가 정해지는데 돌보기 힘들거나 성장 과정에서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은 아이를 받으면 그만큼 근로 강도가 세지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 같은 지역 간 배치 차별은 지방자치단체 아동복지센터가 제 역할을 못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유주헌 복지부 아동복지정책과장은 “아동복지센터에서 아동을 시설에 배치할 때 담당자가 임의로 판단하면 아동의 특성이 무시된다”며 “개별 아동에 가장 적합한 시설에 배치하기 위해 아동복지심의위원회를 거치라고 권고하는데도 해당 절차를 무시해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서종갑기자 ga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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