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6월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피해 사례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4% 증가한 것으로 조사되면서 경찰이 주의를 당부했다.
경찰청은 1월부터 6월까지 1만6,338건의 보이스피싱 피해가 접수됐고 1,796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고 7일 밝혔다. 하루 평균 90.7건, 9억 9700만원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이는 전년 같은 기간(1만626건, 1,051억원)보다 발생 건수로는 54%, 피해액으로는 71% 늘어난 규모다.
경찰은 6개월간 보이스피싱 관련 범죄 총 1만5,135건을 적발하고 1만9,157명을 검거했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검거 건수는 38%, 검거 인원은 32% 증가했다. 2016년 1만7,040건(피해액 1,468억원)에서 지난해 2만4,259건(피해액 2,470억원)으로 증가한 데 이어 올해도 보이스피싱 피해가 급증하는 추세다.
우리나라에 2006년 처음 등장한 보이스피싱은 올해 상반기까지 총 16만건이 발생했고 피해액은 1조5,000억원 상당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에는 금융기관을 사칭해 대출을 해주겠다고 접근하는 대출사기 수법이 많이 늘어났다. 올해 상반기 전체 보이스피싱 사례 1만6,338건 중 1만3,159건이 대출 사기형으로 10건 중 8건이 금융기관을 사칭한 수법이었다. 사칭 금융기관은 캐피탈(4,322건), 시중은행(3,703건), 저축은행(2,857건), 특수은행(1,129건) 등이다. 경찰은 주로 대환대출을 빙자한 기존 대출금 상환 또는 추가 대출을 요구하는 수법이라고 설명했다. 대출사기형 피해자 대다수는 40∼50대 남성이었다. 40대 남성 2,448건, 50대 남성 2,474건으로 성별·연령별 통계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경찰·검찰·금융감독원을 사칭해 예금을 보호해주겠다거나 불법자금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접근하는 기관사칭 수법도 올 상반기 3,179건 발생했다. 대출사기형보다 발생은 적지만 건당 피해액은 대출사기형(900만원)보다 약 2배 많은 2,000만원이다. 2.265건(71%)이 검사를 사칭한 수법이었고 주로 온라인 계좌이체를 통해 피해가 발생했다. 보이스피싱 조직원이 직접 피해자를 만나는 수법도 증가하는 추세다. 대출사기형 보이스피싱은 20·30대 여성들이 큰 피해를 봤다. 3,179건 중 20대 여성에서 1,549건, 30대 여성에서 527건이 발생했다.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은 은행원이 인출용도를 질문할 것을 대비해 “은행원도 범죄에 연루돼있으니 여행자금, 유학자금, 사업자금이라고 둘러대라”고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금융기관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으라고 한 뒤 악성 코드에 감염시켜 진짜 은행에 전화를 걸더라도 보이스피싱 사기범에게 연결되도록 하는 수법도 사용했다. 가짜 검찰청 홈페이지에 접속하도록 한 뒤 수사대상자인 것처럼 속이기도 했다.
경찰은 범인이 검거되더라도 피해 보상이 어려우므로 범죄수법을 숙지하고 피해를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 검찰, 금감원은 어떤 경우에도 예금보호, 범죄수사를 이유로 계좌이체나 현금인출을 요구하지 않는다”며 “돈을 송금했다면 즉시 112신고를 통해 금융기관에 지급정지를 요청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보이스피싱 전담수사부서의 인력을 증원하고 국제 공조를 통해 범죄 조직에 대한 단속을 강화할 예정이다.
/장유정인턴기자 wkd1326@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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