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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투자·고용 가뭄에 단비 뿌린 삼성의 180조 결단

삼성전자가 예상을 훨씬 웃도는 초대형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향후 3년간 국내 130조원을 포함해 총 180조원의 신규 투자를 진행한다는 게 골자다. 시장이 당초 전망한 100조원보다 무려 80%나 많은 규모다. 인공지능(AI)·5세대(5G)·바이오·전장부품 등 4대 미래 성장사업에 25조원 투자, 2,500개 중소기업 스마트팩토리 전환 지원, 4조원 규모의 협력사 지원 프로그램 시행방안도 함께 마련됐다. 이를 통해 4만명의 직접채용을 포함해 70만명의 직간접고용 유발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게 삼성의 설명이다. 극심한 투자·고용 가뭄에 시달리는 한국 경제에 단비가 아닐 수 없다.

내수부진과 교역환경 악화 등 국내외 여건을 고려할 때 아무리 삼성전자라도 180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붓는다는 결정을 내리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오히려 보수적 경영에 나설 수도 있지만 국내 최대 기업은 투자확대라는 정공법을 택했다. 고용도 마찬가지다. 원래 삼성전자의 채용계획상 고용 규모는 3년간 2만~2만 5,000명이었다. 하지만 이사회에서 “삼성과 중소기업·청년이 윈윈할 수 있고 국가 경제의 지속성장에도 기여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고 이 덕분에 최대 2만개의 일자리가 더 만들어졌다. 기업가정신이 무엇인지, 왜 삼성전자가 최고의 기업인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어려운 여건에도 과감한 결정을 내린 대기업이 삼성만은 아니다. 현대차와 SK·신세계·LG도 이미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이들을 모두 합칠 경우 투자규모는 300조원이 넘고 일자리도 15만개에 달한다. 계획대로만 실행된다면 투자 급감에 대한 걱정도, 고용절벽에 대한 우려도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다. 한국 경제에서 대기업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이들의 약속을 단발성 이벤트가 아닌 지속 가능한 투자와 고용 확대가 되도록 만드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 퍼져 있는 반기업정서를 없애는 것은 그 첫걸음이다. 삼성전자의 통 큰 결단으로 대기업에 대한 뿌리 깊은 반감이 사라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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