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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어쩌다 우리가 美제재 걱정할 처지 됐나

북한산 석탄이 러시아산으로 둔갑해 우리나라로 들어왔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 관세청에 따르면 국내 3개 수입업체들은 북한산 석탄을 러시아 항구에서 다른 배로 옮겨 실은 후 원산지를 위조하는 수법으로 지난해 4월부터 10월까지 7차례에 걸쳐 3만5,038톤을 불법 반입했다. 언론과 야당을 중심으로 제기돼온 의혹이 억지가 아님이 증명된 셈이다. 북한산 석탄의 국내 반입이 확인된 이상 최소한 한국이 대북 제재의 구멍이 됐다는 오명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더 큰 문제는 관세청의 조사 결과로 해당 국내 기업에 미국이 세컨더리보이콧(제3자 제재)이라는 초강력 제재를 취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청와대나 정부는 특정 수입업체의 일탈행위일 뿐 제재를 우려할 상황이 아니며 맞지도 않는 얘기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안 위반으로 인정 가능한 선박의 입항 제한, 억류 조치와 함께 수입업자에 대한 처벌 수순에 나선데다 확고한 한미공조가 절실한 상황에서 미국이 ‘혈맹국’ 제재라는 카드를 꺼내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미국 내 분위기는 정부의 기대와 사뭇 다르다. 테드 포 미 하원 외교위 테러리즘·비확산·무역소위원장이 연루된 국내 기업의 제재를 “강력히 지지한다”고 주장하고 국무부에서 “조사 결과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며 유보적 태도를 보인 것은 미국이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경고나 다름없다. 비핵화 이행을 둘러싸고 미국과 북한 간 갈등이 다시 고조될 조짐을 보이는 것도 우리에게 득이 될 게 없는 대목이다. 미국의 한국 기업에 대한 세컨더리보이콧 적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이 과장은 아니다.



정부는 어쩌다 우리가 동맹국에까지 제재를 당할지 모른다고 걱정하는 신세에 몰렸는지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 북한산 석탄의 위장반입은 이번 사건을 초래한 표면적 이유일 뿐이다. 한반도 평화 분위기 조성만 강조하다 전제조건인 북한의 비핵화 이행을 놓치지는 않았는지, 남북경협에 집중하다 대북 제재에 소홀했던 것은 아닌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비핵화 정세에 대한 정부의 시각이 바뀌지 않는다면 지금의 우려가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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