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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대일정책을 점검할 때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

北비핵화 등 동북아 새 질서에

日이 동반자 역할 나설수 있게

정보교류 확대·화해 틀 제시를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




최근 한국 정부는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일본 정부가 출연한 10억엔을 우리 정부의 예산으로 대체한다고 발표했다. 결과적으로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 지원’이 아닌 ‘한국 정부 지원’을 받게 한다는 내용의 위안부 합의 후속조치를 발표한 것이다. 일본 정부가 한국의 후속조치에 유감을 표명하면서 잠잠해져 있던 한일 관계에 다시 관심이 모이고 있다. 특히 일본에서는 한국 정부의 반일 정책에 대해 연일 비상한 관심을 갖고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한일 관계는 냉담한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갈등하지 않는 ‘뉴 노멀 관계’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 비핵화 문제를 둘러싼 한일 간 협력이 우선시되면서 한일 양국 간의 과거사 문제는 큰 정치적 이슈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즉 한일 관계는 양국 고유의 문제보다 북한의 비핵화, 나아가 동북아 질서에 대한 고려가 정책의 우선순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한일 간 과거사 문제가 양국의 정치적 핫 이슈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위기는 정말 오랜만의 일이다. 또 한일 양국이 전과 달리 상대방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현재의 상황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문제는 지금의 한일 관계가 새로운 변화를 준비하는 숨 고르기의 국면이기 때문에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으며 지속된다는 보장도 없다. 이 점에서 한일 양국은 갈등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하루빨리 만들어야 한다. 더욱이 대일정책이 북한 비핵화 문제, 나아가 동북아 문제와 깊은 연관성이 있는 상황에서는 대일정책의 방향 설정이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한국이 북한 비핵화에 촉진자 역할을 하고 나아가 동북아의 새로운 질서를 만들기 위해서는 대일정책의 비전을 명확히 정립할 필요가 있다.

한국이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평화체제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중국이 북한을 이용해 미국을 견제하려는 것도 경계해야 하지만 일본이 미국을 통해 냉전논리를 확대하는 것도 금물이다. 지금 한국의 외교는 미중 갈등에 대해서는 많이 우려하며 대응 방법을 고민하고 있지만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일본을 경시하는 경향이 있다. 또 문재인 정부는 대일정책에서 투트랙 정책을 내세우고 있지만 대일정책의 비전과 내용은 채우지 못하고 있다.



최근 지난 2015년의 한일 합의가 잘못됐다는 국민적 정서에 근거해 한국 정부가 위안부에 대해 지원을 하는 것으로 후속조치를 발표했지만 화해치유재단은 어떻게 할 것인지, 또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징용 피해자 문제(대법원 판결이 아직 결정되지 않았음)에 대한 우리 정부의 방침은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따라서 외교정책의 전략적인 큰 그림에서 일본과의 관계를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물론 이러한 문제는 일본이라는 상대방이 있기 때문에 전략을 노출하기 어렵고 현재의 국내 정치 환경에서는 정부가 대일정책의 방향을 명확히 하는 것 자체가 ‘뜨거운 감자’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대일관계의 중요성을 더 이상 방치하게 되면 결국 더 큰 비용을 치를 수밖에 없다. 벌써 시민단체는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며 일본은 한국의 결정을 지켜보면서 국제사회에서 ‘외교전쟁’을 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8·15 광복절을 맞아 대일정책을 종합적으로 점검해 그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우선 한국에 일본의 전략적 가치가 무엇인지, 한국의 대일정책에서 우선적 가치는 무엇인지에 대한 냉철한 판단이 필요하다. 이를 기반으로 동북아의 틀을 짜기 위한 그랜드 디자인을 제시해야 한다. 앞으로의 대일정책은 양국 간 프레임에서 탈피해 북한의 비핵화 과정을 고려한 동북아 질서 변화의 관점에서 새롭게 정립돼야 할 것이다. 즉 일본이 진영논리에 빠지지 않고 탈냉전의 새로운 동북아 질서를 만드는 동반자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안보 분야에서 일본과의 정보교류와 협력이 더욱더 활발해져야 한다. 또 일본이 역사의 굴레에서 벗어나 화해에 동참할 수 있도록 동북아에서의 새로운 화해의 틀을 한국이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지금의 위안부 문제를 양국 간의 문제로만 국한하지 말고 전시 여성의 성폭력이라는 보편적 인권의 차원에서 화해할 수 있는 제도적인 틀을 한국이 제안해보는 것은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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