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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진칼럼] '너의 결혼식'과 '건축학개론'이 말하는 첫사랑이란





태풍이 지나고 선선한 가랑비가 옷깃을 적시니 문득 옛사랑 생각에 온몸이 오그라든다.

어쩌면 이리도 시기를 잘 맞췄을까. 지난주 개봉한 ‘너의 결혼식’이 첫주 90만 관객을 돌파했다, ‘신과함께2’, ‘공작’, ‘목격자’ 등 쟁쟁한 경쟁작 사이에서도 첫사랑 코드는 ‘건축학개론’과 같이 여전한 매력으로 관객을 사로잡는 중이다,

6년 만이다. 2012년 첫사랑 열풍을 일으켰던 ‘건축학개론’ 이후 첫사랑 이야기가 돌아온 것은. 최근 드라마시장에서도 장르물이 대세였기에 순수함과 추억을 공유하는 이야기는 풋풋했던 감정을 단전으로부터 끌어올리며 감성 폭발하는 나날을 선물하고 있다.

영화가 공개되기 전 제작사는 ‘건축학개론’과의 비교를 통해 ‘너의 결혼식’을 이슈화시키고자 했다. 소재는 같으나 풀어내는 방식에 차이가 큰 만큼 적절치 않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시사회에서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며 박보영이 부른 OST가 흘러나오는 것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왜 그랬는지 이해하게 됐다. 작품의 결이, 그래서 여운이 꼭 닮았다.

영화 ‘건축학개론’ 스틸


겉보기에 두 작품의 차이는 분명하다. ‘건축학개론’은 과거(이제훈, 수지)와 현재(엄태웅, 한가인) 인물을 구분해 캐릭터를 확실히 구분한다. 순수하게 좋아했으나 표현하지 못했던 수줍음이 결국 오해를 만들어내고 서로를 멀어지게 했던 과거, 어느덧 세상에 적응해버려 계산할 줄 아는 어른이 되어버린 오늘을 교차한다. 과거와 현재의 간극은 또다른 갈등을 유발한다.

이혼해 돌아온 첫사랑, 도피처로 택한 약혼녀 사이에서 승민은 갈등한다. 첫사랑 서연과의 만남부터 이별까지를 되짚는 과정에서 어머니가 입고있는 짝퉁 명품티셔츠와 걷어차 휘어버린 대문을 바라보며 과거의 상처를 인식한다. 그리고 서연의 집을 뼈대만 남겨두고 살을 붙이며 순수하기만 했던 옛 모습과 현실에서 벗어나려는 자신 사이에서 타협점을 찾는다.

영화 ‘너의 결혼식’ 스틸




‘너의 결혼식’은 시간의 흐름대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첫눈에 반한 남자의 순수한 마음이 출발점이다. 20대 초반의 실망과 질투, 겁 없이 사랑이 전부라는 20대 중반, 그리고 세상의 맛을 알아버린 결혼적령기까지 이어지는 흐름은 ‘원인과 결과’를 좇는 ‘건축학개론’과는 분명 다른 재미를 준다.

우연은 승희에게 한눈에 반한 이후 그녀와 같은 대학에 가기 위해 노력하고, 꾸준히 그녀의 곁을 맴돈다. 엇갈린 인연에 실망도 하고 질투도 하다보니 그녀와 연인이 됐고, 세상 아무것도 두려울 것이 없었지만 그도 잠시 뿐이었다. 한숨을 토하듯 무심코 내뱉은 한마디가 오해를 낳고, 그 오해는 그동안 쌓아온 믿음에 대한 불신을 낳는다.

이는 마치 당신의 연애를 떠올려보라 말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일도 할만큼 하고, 연애도 할만큼 한, 친구들과 술도 마실만큼 마셨을 때 “시간이 흐를수록 사람도 변하고, 사랑도 당연히 변할 수밖에 없다”고 읊조리는 듯 하다. 첫사랑 뿐만 아니라 그동안 실패했던 과거 연애사의 맨얼굴을 마주하는 것처럼 얼굴이 화끈거린다.

영화 ‘너의 결혼식’ 스틸


두 작품은 모두 순수했던 마음, 뜻하지 않은 이별, 질투와 서운함, 재회, 사회의 쓴맛 등의 과정과 감정을 각자만의 순서로 엮어낸다. 지극히 첫사랑을 바라보는 남자의 이야기로. 남자의 눈으로 흐름에 몸을 맡기다 보면 웃다가 웃다가 답답하다가 누가 명치를 툭 때린 듯 탄식이 터져나온다.

‘사랑은 운명이냐 타이밍이냐’는 ‘너의 결혼식’의 물음은 두 작품 모두에 적절한 질문이다.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남녀, 이들의 연애, 그리고 남자의 ‘실수’가 여자를 ‘뿌리째 흔들리게’ 만드는 오해와 결말까지. 모두가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것을 그때는 왜 그리 가슴에 사무쳤는지, 또 애해해줄 수 없었는지 돌아보면 안타까운. 그것이 지난 사랑의 추억이다.

피천득 선생은 ‘인연’에서 “아사코와 나는 세 번 만났다. 세 번째는 아니 만났어야 좋았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만약 이를 ‘건축학개론’의 승민과 ‘너의 결혼식’의 우연이 들었다면 “아니, 좀 더 전에 찾아갔어야 했다”고 말하지 않을까. 남자들은 꼭 나중에서야 그렇게 후회하더라.

/최상진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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