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직원 성폭행 사건으로 물의를 빚은 한샘이 이번에는 대리점 내 강간 사건으로 도마에 올랐다. 특히 회사 측이 사건을 인지하고도 프로젝트를 이유로 수개월 동안 가해자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기업 내 ‘성폭력 불감증’이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30일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지난달 한샘가구대리점 협력업체 사장 A(51)씨는 경리사원 K(21)씨를 두 차례 준강간한 혐의로 징역 3년과 40시간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명령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입사한 지 얼마 안 된데다 30세나 어린 피해자를 간음했고 피해 회복에 노력도 기울이지 않아 죄질이 좋지 않다”고 판시했다.
사건은 지난해 2월 서울 서초구의 한 회식 자리에서 발생했다. ‘한샘 1호 대리점’으로 알려진 서울 서초구 한샘유나이티드 협력업체의 전 사장 A씨는 경리사원 K씨 외 다른 직원들과 술자리를 가졌다. A씨는 K씨가 만취하자 그를 집에 데려다주겠다며 일행과 헤어진 뒤 인근 모텔로 데려가 항거불능인 K씨를 강간했다. 열흘 뒤 A씨는 해명하겠다는 취지로 K씨를 불러냈지만 그가 술에 취하자 또다시 인근 모텔로 데려가 강간했다.
A씨는 법정에서 “K씨가 사건 후 곧바로 신고하지 않았고 강하게 반항하지도 않았다”며 상호 합의하에 이뤄진 성관계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K씨가 몸을 가누지 못하는 폐쇄회로(CC) TV 영상과 A씨의 얼굴에 난 상처, 평소 업무상 위력관계 및 친소관계를 종합 고려했을 때 A씨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봤다. K씨가 A씨보다 서른 살 가까이 어린데다 해고와 보복을 두려워했다는 점도 감안했다.
여성계는 한샘 내부의 잇따른 성폭행 사건이 기업문화와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와 서울지방노동청 등에 따르면 한샘은 최근 3년간 5건의 성희롱 가해자를 징계하지 않아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으로 올해 초 2,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한샘 성폭력 사건을 조사한 인권위는 지난 5월 “사측에서 성희롱 피해자에게 진술 번복을 요구했고 성희롱 가해자를 징계하지 않는 관행이 있었다”며 대표이사에게 대책 수립과 관행 개선을 권고했다.
이 같은 기업문화는 한샘 본사뿐 아니라 대리점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한샘유나이티드 역시 A씨 사건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프로젝트 완성을 이유로 수개월 동안 계속 고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샘유나이티드는 평소 직원 은퇴나 승진 명목으로 한샘 본사와 직원 교류가 잦았고 대리점주 교육도 받을 만큼 본사와 밀접한 관계다. 지난 한샘 성폭행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된 남성도 한샘유나이티드 출신이다.
황명진 고려대 교수는 “기업이 도덕적 기준을 중요하게 여기고 고과에 적극 반영하면 이를 거스를 직원은 많지 않다”며 “조직이 사건이 터진 후에야 대처하는 방향이 아니라 사건을 예방하는 방향으로 조직문화를 바꿔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다은기자 down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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