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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특사 방북 한반도 중대 분수령]金과 만찬 함께 한 듯...핵리스트 성과 없을땐 한미공조 흔들

평양 11시간 40분 체류 후 밤 9시 50분 도착...文대통령에 결과 보고

특사단, '종전선언+경협 패키지' 제시 가능성

폼페이오 4차 방북 취소 속 北 수용할지는 의문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개소 날짜·운영 협의 타결

정의용(왼쪽)국가안보실장이 5일 북한 평양에서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제공=청와대




대북특사단이 5일 평양에서 총 11시간40분 동안 체류하며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전달하고 면담을 한 후 북측과 만찬까지 함께했다. 청와대가 오찬은 김 위원장과 함께하지 않았다고 확인함에 따라 만찬을 같이한 것으로 보인다. 특사단은 이날 오전7시40분 성남 서울공항을 출발해 9시에 평양에 도착했으며 오후8시40분에 평양을 떠나 9시50분에 다시 서울공항에 도착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방북 총평, 남북 정상회담 날짜 등을 묻는 질문에 부드럽게 미소만 띠고 대답은 하지 않았다. 특사단은 이후 청와대로 가 문 대통령에게 결과를 보고했다.

특사단이 북측에서 만찬까지 한 것으로 봤을 때 협상이 최악을 벗어나 비교적 긍정적으로 풀린 것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관측이 나온다. 최근 북한의 남한에 대한 비판적 논평, 북미 간 교착 상태 등을 고려할 때 특사단이 김 위원장을 만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다만 협상 결과가 비핵화 당사자인 미국의 눈높이에까지 맞을지는 결과를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사단은 평양에 도착하자마자 김 위원장의 ‘오른팔’인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만나고 이어 김 위원장까지 만났다. 북한이 협상에 전향적인 입장을 보이는 신호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사단은 비화기가 달린 팩스를 통해 청와대에 중간중간 결과를 보고했다. 도청과 감청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이날 남북은 3차 정상회담 날짜도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유력한 날짜는 오는 18~20일(2박3일 일정)이다. 2000년, 2007년 평양 남북 정상회담 모두 화~목요일 2박3일 일정으로 열려 이번에도 전례를 따르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대화 모멘텀을 살리기 위해 9월10일에서 14일 사이가 될 수 있다는 추측도 있다.

양측은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개소 날짜도 협의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 실장은 지난 4일 브리핑에서 “개소를 위한 연락사무소 구성과 운영에 관한 합의서 문안은 타결이 됐다”며 “특사단 방북 결과로 사무소 개소와 관련해 좋은 소식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면담의 가장 중요한 부분인 북미 협상과 관련해서는 북한이 핵 리스트를 신고하면 종전 선언과 함께 남북 경제협력 사업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종전 선언+남북 경협 패키지’를 우리가 제시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남북 경협을 북한의 핵 리스트 신고를 위한 ‘윤활유’로 활용하는 셈이다. 실제 북한은 그동안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한 철도·도로 등 남북 협력 사업은 남한 정부가 제재 눈치를 보지 말고 속도를 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최근 정황을 보면 우리 정부도 비핵화 협상 촉진을 위해 남북관계 개선이 필요하다는 뜻을 공공연히 밝혀왔다. 정 실장은 4일 “남북관계 발전은 비핵화와 함께 가야 한다고 본다”면서도 “(그러나) 남북관계 발전은 한반도 비핵화를 촉진하는 주된 동력이다. 그래서 필요하다면 남북관계 발전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 협상 과정을 견인해나가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남북관계와 비핵화가 발을 맞춰 가겠지만 상황에 따라 남북관계가 한발 앞서 비핵화를 끌고 갈 필요도 있다는 것이다. 정 실장은 “과거 경험을 봐도 남북관계가 좋았을 때 핵의 위협도 많이 감소됐고 비핵화에 합의한 적도 있기 때문에 이를 잘 살려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비핵화 없는 남북관계 개선을 경계해왔지만 문 대통령이 4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를 한 점 등으로 미뤄볼 때 어느 정도 양해를 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북한이 이를 최종적으로 받아들일지다. 문 대통령의 ‘승부수’인 대북특사단이 미국의 탐탁지 않은 시각에도 방북했는데 북한의 핵 리스트 제출 등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한다면 안 그래도 균열이 감지되는 한미동맹에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특사단이 만찬까지 했지만 어디까지나 우리 입장에서 긍정적인 메시지를 받은 것일 뿐 미국의 눈높이에는 미치지 못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앞으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4차 방북 소식이 나오지 않고 남북 간 협력 강화 의제만 거론된다면 한반도 비핵화 협상판에 안 좋은 신호가 갈 것으로 보인다.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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