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의 허파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가 들썩이고 있다. 청와대와 정부 여당이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 서울과 근교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주택공급 확대를 추진하고 있어서다. 한쪽에서는 미래 후손을 위해 그린벨트를 보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다른 편에서는 보전가치가 적은 지역을 해제해 주택공급을 늘려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해제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는 서울 강남권과 경기도 과천 등에서는 가격 상승 기대에 매물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그린벨트는 과밀도시의 방지, 자연환경 보전, 대기오염 예방, 상수원 보호 등을 목적으로 지난 1971년 서울 및 경기도의 접경지역에서 처음 지정됐다. 서울시에 따르면 2016년 기준 그린벨트 면적은 19개 자치구 총 149.62㎢에 이른다. 경기도의 그린벨트 규모는 2016년 말 기준 1,172.1㎢에 달한다.
사실 집값 안정을 위해 그린벨트를 해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역대 정권마다 차이는 있지만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해 서울 등 수도권 그린벨트를 해제해왔다. 특히 김대중 정부 때 그린벨트가 대거 해제됐다. 대선 당시 그린벨트 해제 공약을 내걸었고 2001년 이후 제주 등 7개 중소도시권 벨트를 모두 풀었다. 수도권 1기 신도시 건설, 국민임대주택 건립, 보금자리주택지구, 뉴스테이 등의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그린벨트를 활용해왔다. 분당·일산 등 1기 신도시, 위례신도시, 광교신도시, 하남 미사지구 등 대규모 주택단지가 그린벨트에 들어섰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정부도 그린벨트를 뛰는 집값을 잡기 위한 구원투수로 내세우고 있다. 당정청은 규제 일변도 정책으로는 집값이 잡히지 않자 서초구 우면동, 경기 과천시 등의 그린벨트 개발을 통한 공급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 이에 따른 찬반 논란도 거세다. 그린벨트는 도시의 ‘허파’ 역할을 하는 동시에 미래 세대를 위해 남겨둬야 할 마지막 보루라며 해제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반면 주택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일정 부분 해제가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그린벨트 해제를 둘러싼 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토지시장도 들썩이고 있다. 현지 중개업소에는 매물 문의전화가 폭증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해제 후보지로 거론되는 일부 지역에서는 주택 물량 증가로 집값이 하락한다며 주민들이 반대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그린벨트 논란에 대해 전문가들은 안정적인 주택공급 방안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한 전문가는 “집값이 오르면 그린벨트를 풀어 주택공급량을 늘리는 상황이 반복돼왔다”며 “이 이면에는 역대 정부가 지속 가능한 주택공급 정책을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재개발·재건축 등 도심 개발을 꾸준히 추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혜진·이주원기자 has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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