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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작구청 현장점검 '0'...탁상행정이 禍 불렀다

상도유치원측 4월 현장방문 요청

사고 전날 공문 보냈지만 파견 안돼

계측기 달아보는 점검 조차 안해

李총리 "현장서 주민 말씀 들어라

시공사·지자체 잘못 책임 물을 것"

서울 동작구 상도동 상도초등학교 병설유치원 붕괴 사고가 난 지 사흘째인 9일 오후 압쇄기(붐 크러셔)를 장착한 굴착기가 유치원 건물을 철거하고 있다. 유치원 건물 철거 작업은 10일 오후에 마무리될 예정이다. /연합뉴스




서울시 동작구 상도동 서울상도유치원 건물 붕괴와 관련해 유치원이 현장 방문을 요청한 지난 4월부터 사고가 발생한 9월 6일까지 동작구청 공무원이 현장 점검을 한 번도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유치원 측이 지난 4월 동작구청에 현장 방문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낸 데다 구청은 사건이 발생하기 하루 전 유치원에 균열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음에도 현장을 찾지 않은 것이다. 결국 공무원사회의 고질적인 ‘탁상행정 시스템’이 사고를 불렀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8일 저녁 금천구 가산동 싱크홀과 상도동 유치원 붕괴 현장을 잇따라 방문한 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자체는 공사허가나 안전진단 등을 서류로만 하지 말고 현장을 보고 주민들의 말씀도 들어서 하라”며 “시공사나 지자체의 잘못에 대해서는 책임을 무겁게 묻겠다”고 경고했다.

동작구청 관계자는 9일 서울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지난 4월부터 유치원 붕괴 사고가 발생한 지난 6일까지 공무원이 현장에 나가 점검을 한 적은 없다고 확인했다. 이 관계자는 “정기적 순찰을 했을 뿐 건물의 기울기를 재보는 계측기를 달아본다든가 하는 점검을 시행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홍철호 국회의원실에 따르면 유치원 측은 지난 4월 2일 근처 연립주택 건설과 관련해 ‘이런 지질상태는 취약한 지질상태로서 만약 철저한 조사 없이 설계 및 시공하게 되면 붕괴할 위험성이 높은 지반’이라는 내용의 공문을 구청에 보냈다. 유치원은 구청에 이른 시일 내 현장 방문과 관련 대책 마련을 요청했지만 구청 주도의 안전 점검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심지어 사고 발생 전날인 5일 유치원측은 건물에 균열이 있다는 공문까지 보냈지만 역시 구청 공무원은 파견되지 않았다. 동작구 관계자는 “유치원 측에서 온 내용을 건설 현장에 보내 빨리 조치하라고 했으나 우리가 현장에 미처 가지 못한 상황에서 이런 일이 터졌다”며 “원래는 담당 공무원이 나가서 현장을 보고 전문가를 대동해서 조치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해명했다.



전문가들은 결국 공무원들을 현장에서 멀어지게 만드는 시스템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동작구의 건축물 인·허가 담당 직원은 현재 8명으로 관내 수백 곳에 달하는 공사장을 일일이 찾아가기는 현실적으로 무리가 따른다. 이 때문에 안전점검은 1차 적으로 시공사와 현장 감리가 담당하고 그 결과를 구청에 보고하게 돼 있으며 민원이 발생하는 등 특수한 상황이 아니면 공무원이 현장에 나가는 경우는 드물다. 이 때문에 시공사과 감리 간 유착 의혹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이번 사고도 공사 현장의 지반이 붕괴에 취약한 편마암 지대인데다 동작구청의 설명처럼 최근 집중 호우가 이어진 상황이고 더구나 어린이 122명이 평소 생활하는 건물이라는 점에서 구청 공무원이 조금이라도 관심을 갖고 직접 현장에 나갔다면 충분히 막을수 있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서울시 관계자는 “공무원이 유치원 건물에 계측기만 달았어도 붕괴 조짐을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동작구청측이 이번 사고와 관련해 “공무원은 전문가가 아니다”라며 책임회피성 발언을 한 점도 시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붕괴사고 현장 인근에 거주하는 주부 안 모 씨는 “동작구청 브리핑을 지켜봤는데 자꾸만 전문가가 아니라서 모르겠다는 태도를 취해 화가 났다”며 “공무원이 전문가가 아니면 진짜 전문가를 고용해 해당 업무를 진행하도록 하고 붕괴 원인과 향후 계획을 명확하게 설명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 때문에 공무원 사회에서는 유치원 붕괴 사고를 계기로 건축공사에 대한 공무원들의 현장점검을 강화하고 건축시공기술사·구조기술사·토질기술사 등 관련 자격증을 취득해 전문성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변재현·서종갑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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