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서양에서 발생한 괴물 허리케인 ‘플로렌스’가 오는 14일(이하 현지시간) 미 남동부 해안에 상륙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동부 지역 전역에 비상이 걸렸다. 노스·사우스캐롤라이나와 버지니아 3개 주를 중심으로 약 150만명에게 대피령이 내려졌고 항구와 공장 등 기반시설은 ‘올스톱’됐다. 전문가들은 시속 200㎞를 넘는 강풍과 폭우가 예상되는 가운데 2,000만명의 인구가 이번 허리케인 영향권에 놓이면서 상당한 피해가 예상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미 기상청에 따르면 플로렌스는 11일 오후5시 현재 버뮤다제도 남쪽 해상에서 시속 17마일(27㎞) 속도로 북상하고 있다. 최대 풍속은 시속 140마일(225㎞)로 4등급의 메이저급 허리케인으로 세력을 강화했다. 현재 예상 진로를 고려하면 14일 오전께 동부해안에 상륙하면서 최고등급인 5등급으로 위력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5등급은 풍속이 시속 157마일(253㎞) 이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긴급 담화를 통해 철저한 대비를 당부하고 노스·사우스캐롤라이나와 버지니아 등 3개 주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미 동부 지역으로 수십 년 만에 가장 강력한 허리케인이 다가오면서 피해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플로렌스는 340마일(547㎞)에 걸쳐 광범위하게 세력을 형성하고 있어 피해 범위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포스트(WP)는 플로렌스가 육지에 상륙하면 15~25인치(380~630㎜)에서 최고 35인치의 폭우를 쏟아낼 것으로 예상했다. 미 국립해양대기국(NOAA)은 “지난 1999년 허리케인 플로이드로 인해 윌밍턴에 쏟아졌던 폭우(24인치) 기록을 깨뜨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게다가 노스캐롤라이나 지반은 며칠간 내린 비로 극도로 약해져 있어 폭풍이 닥치면 산사태가 일어나 지반 붕괴를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전력망을 비롯한 기반시설 타격이 예상되면서 동부 해안에서 세 번째로 큰 컨테이너 항구인 버지니아 항구가 폐쇄됐고 찰스턴에 위치한 볼보와 보잉 공장도 가동을 멈췄다. 원유 수급 우려 속에 이날 국제유가는 2% 이상 급등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2.5% 오른 69.25달러에 거래를 마쳤으며 런던 선물거래소(ICE)의 11월물 브렌트유도 2.18% 오른 79.06달러에 마감됐다.
인명 피해 우려도 커지고 있다. 비상사태가 선포된 노스·사우스캐롤라이나와 버지니아 3개 주 정부는 약 150만명의 주민에 대해 강제 대피령을 내렸으며 버지니아와 인접한 메릴랜드주도 비상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버지니아와 메릴랜드 사이에 있는 수도 워싱턴DC 역시 폭우와 단전이 우려된다며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허리케인이 근접할수록 대피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미 기상청에 따르면 허리케인 경보 또는 주의보가 내려진 미국 동부해안 지역의 거주 인구는 540만명이며 열대성 폭풍 주의보가 내려진 지역의 인구도 400만명에 달한다. CNN은 이번 허리케인의 영향권에 있는 인구가 2,000만명에 달한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허리케인 플로렌스가 동부 지역 해안과 인근 지역에 엄청난 재난을 가져올 것으로 우려된다”면서 “미국인의 안전이 절대적으로 최우선”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CNN은 이번 재난대응이 중간선거를 코앞에 둔 트럼프 대통령에게 매우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주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9월 허리케인 ‘마리아’가 푸에르토리코를 강타했을 당시 정부가 대응을 잘했다고 자평했지만 최근 공식 사망자 수가 64명에서 2,965명으로 대폭 수정되면서 논란에 직면한 상태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