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전 대표는 지난 15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며 정치 재개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는 “당권을 잡으려고 새롭게 정치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당권 도전설’을 일단 부인했지만 “봄을 찾아가는 고난의 여정의 때가 되면 다시 시작하도록 하겠다”며 정치 복귀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내비쳤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을 향해서도 “세금 올려 나라를 운영하는 것에는 반대한다”며 견제 세력으로서의 존재감을 부각했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당 지도부는 정부의 경제 실책을 보완할 새 성장 담론을 제시하는 등 존재감 키우기에 돌입했다. 당 혁신과 정책 대안 제시가 부진했다는 지적 속에 홍 전 대표의 귀국이 이 같은 ‘속도전’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비대위는 16일에도 국회에서 예정에 없던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어 소득주도성장을 대체할 ‘국민성장론’을 발표했다. 김 비대위원장이 제시한 국민성장론은 ‘자율경제’와 ‘공정배분’이 핵심이다. 그는 “정부는 소득이 증가하면 그것이 소비로 이어지고 투자와 생산으로 연결되는 사이클을 주장하며 소득주도성장정책을 내놓았지만, 이는 이미 실패했고 앞으로도 성공할 수 없다”며 “국민과 시장이 자율적으로 움직일 환경을 만들고 시장 내 자율배분 질서를 자리 잡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성장론은 국민과 기업이 자율적으로 역량을 발휘할 수 있게끔 규제를 개혁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이와 더불어 창업촉진을 위한 ‘스타트업 밸리’,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그로우업(grow-up) 밸리’, 해외진출 기업의 국내 유턴을 촉진하는 ‘리쇼어링(reshoring) 밸리’ 등 혁신 밸리 구상도 밝혔다.
김 위원장이 대안 제시와 인적 쇄신(당무 감사) 등 가시적인 혁신 작업에 시동을 거는 가운데 홍 전 대표의 귀국까지 맞물리며 차기 당권을 둘러싼 물밑 싸움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장외 신경전은 이미 시작됐다. 김 위원장은 11일 “(홍 전 대표는) 평당원 중 한 분이고, 솔직히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도 13일 “자연인 홍준표로 살아가는 것이지 정부와 한국당 관계에 영향력 행사는 걱정 안 해도 된다”며 홍 전 대표를 견제했다. 홍 전 대표는 당 일각에서 그의 재집권을 원천 차단하는 방안이 논의되는 것과 관련해 “내가 그리 겁나는 모양”이라고 쏘아붙였다.
/양지윤기자 y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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