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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철의 철학경영] 윤리경영을 하라

연세대 철학과 교수

<82> 직원 평가의 기준

구성원 개인의 행위 모여

기업 전체 이미지로 완성

법규 지키며 정도 걸으면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져





미국의 한 택배회사에서 있었던 일이다. 이 회사의 모토는 ‘고객과의 약속은 지켜라’이다. 택배회사에서 지켜야 할 고객과의 약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당연히 정시 배송이다. 마지막으로 트럭기사에게 물건이 도착한 시점은 정시 배송이 불가능한 시점이다. 운전사는 심호흡을 한다. 핸들을 잡는다. 기적이 일어난다. 정시 배송에 성공한 것이다. 고객에게 만족 카드에 사인을 받아 회사로 돌아온다. 그 카드를 제출하는 순간 티켓 2장을 동시에 내놓는다. 한 장은 신호위반, 또 한 장은 속도위반 티켓이다. 자, 여러분이 이 회사의 최고경영자(CEO)라면 두 장의 교통범칙금을 자비로 부담시키겠는가, 경비 처리를 해주겠는가.

미국의 한 정보기술(IT)회사에서 있었던 일이다. 25년간 정들었던 직장을 떠나는 한 여직원이 있었다. 부서장이 전 부서원을 소집해 송별 파티를 열어준다. 그러고는 그 자리에서 선물을 하나 건넨다. 열어보니 시계가 들어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명품 브랜드 시계다. 그 여직원은 끝내 눈물을 흘리고 만다. “저를 이렇게도 생각해 주시다니.” 그로부터 2년의 세월이 지난다. 어느 날 시계가 멈춘다. AS센터에 간다. “아주머니, 이거 짝퉁이에요!” 모두에게 들리는 큰 목소리로 말하는 바람에 시계를 찾을 생각도 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뛰쳐나온다. 집에 와 생각해보니 분이 삭혀지지 않는다. 그래서 평소 친하게 지내던 후배 직원에게 전화를 돌린다. 그 직원은 또 다른 직원에게, 이런 식으로 전화 릴레이가 이어지더니 결국 CEO에게 e메일 하나가 날아온다. “2년 전 짝퉁 시계를 아시나요.” 자, 여러분이 이 CEO라면 그 짝퉁 시계를 선물한 부서장을 해고하겠는가, 하지 않겠는가. 참고로 그 부서장은 IT회사의 지식재산권보호팀장이다.



미국의 한 콜라회사에서 있었던 일이다. 한 트럭기사가 거래처에 콜라를 다 배달하고 나서 회사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갑자기 갈증이 몰려온다. 더운 여름날 목구멍 끝까지 말라붙는 것 같다. 자판기 앞에 차를 멈춘다. 아뿔싸. 자기 회사 콜라가 없는 것이 아닌가. 잠시 멈칫하다가 ‘에이 모르겠다’면서 경쟁사의 콜라를 선택한다. “슉, 철컥, 우당탕 쾅쾅쾅!!” 요란한 기계음과 함께 콜라가 나온다. ‘딸칵’하고 캔을 따는 순간 ‘찰칵’하고 카메라에 찍힌다. 지나가던 네티즌이 빨간 제복을 입은 기사가 파란 캔콜라를 마시는 모습이 너무나 신기해 한 컷 찍었다. 그 사진은 인터넷에 올라간다. 지구를 돌기 시작하더니 여섯 바퀴 반 만에 그 회사 CEO의 데스크톱 바탕화면에 그 사진이 뜬다. 자, 여러분이 이 회사 CEO라면 파란 캔콜라를 마시던 그 빨간 제복 입은 기사를 해고하겠는가, 하지 않겠는가.

첫 번째 케이스에서 회사는 직원에게 2장의 교통범칙금을 자비로 부담시킨다. 이유는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그것도 건전한 시민으로 지켜야 할 법규를 준수하는 범위에서 하라. 만약 그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면 다른 식으로 고객에게 용서를 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회사 로고가 선명하게 부착된 트럭이 빨간불에 지나가고 급가속과 급정거를 반복한다면 길 위에 있는 수많은 잠재고객이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다음부터 다시는 저기에 맡기면 안 되겠다고 생각하지 않겠는가. 현재의 고객을 만족시키는 것 못지않게 잠재고객을 만족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두 번째 케이스에서 회사는 짝퉁 시계를 선물한 지식재산권보호팀장을 해고 조치한다. 사내에서 지식재산권의 중요성을 교육 훈련할 능력을 완전히 상실했다는 것이다. 그 돈을 회삿돈으로 샀는지 개인의 돈으로 샀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 명품 시계를 그 돈으로 살 수 없다는 것을 안 이상 의도적으로 짝퉁 시계를 샀다는 것은 분명하다. 설령 본인에게 그것이 짝퉁이라고 말해줬다고 하더라도 지식재산권보호팀장으로는 절대 용서받기 힘든 행위라고 판단했다.

세 번째 케이스에서 콜라회사는 그 직원을 해고 조치한다. 제복을 입고 있는 순간만큼은 회사를 대표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그 기사는 법원에 부당해고 무효 소송을 낸다. 법정은 누구의 손을 들어줬을까. 1심에서 회사의 손을 들어줬다. 회사에 대한 최소한의 충성심을 망각하면 그 결과는 때로 참사에 가까울 수 있다.

이들 미국 회사가 이런 식으로 한다고 해서 그것이 바이블은 아니다. 다만 왜 그들이 그런 식으로 하는지를 한번쯤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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