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실업률이 무려 18년 만에 완전고용상태를 의미하는 3%대에 진입했다는 소식이다. 심지어 청년실업률은 50년 만에 가장 낮은 9.2%를 기록했다. 이러한 고용 훈풍의 중심에는 실리콘밸리와 시애틀이 있다. 구글·페이스북·아마존 등 수많은 글로벌 혁신기업을 탄생시킨 지역이 우수 인재들이 앞다퉈 몰려드는 일자리 창출의 보고로 부상했다.
미국 성장의 비결은 무엇보다 정부 주도의 혁신생태계 조성에 있다. 리스크가 커 민간에서 투자하기 어려운 부분에 정부가 대규모 장기투자를 해 혁신이 일어날 수 있는 생태계를 마련한 것이다. 생태계가 만들어지면 민간이 기술을 이어받아 혁신성장을 이어간다. 애플이 지난 2007년 아이폰을 내놓으며 혁명적 변화를 이끌었지만 터치스크린·위성항법장치(GPS) 등의 핵심기술은 미국 정부가 대학·국방 분야의 연구를 장기적으로 뒷받침한 결과다. 아이폰의 혁신 뒤에 국가가 있는 것이다. 우리 정부도 과감한 투자와 지원을 동반한 창업기업 중심의 혁신생태계 조성을 강화해야 한다. 민간이 할 수 없는 고급인력 양성, 큰 비용이 소요되는 기술개발 및 테스트베드 조성, 막대한 비용이 투입된 공공데이터 오픈 등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다.
둘째, 최소한의 규제다. 우버·에어비앤비 등 기업의 가파른 성장 뒤에는 선시장 조성, 문제 시 사후규제라는 암묵적인 룰이 있었다. 기존 산업의 보호를 위해 각종 사전규제를 하는 탓에 혁신기업이 사업을 접거나 해외로 빠져나가는 우리의 모습과 대조적이다. 큰 틀에서 정보통신기술(ICT) 규제 샌드박스 3법이 국회에서 통과되며 변화가 시작됐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교육·금융 등 서비스산업 분야, 바이오·원격의료 분야 등의 규제혁신을 통해 앞서 가는 일본·중국과의 경쟁에 대응해야 한다.
셋째, 혁신기업에 대한 투자 활성화다. 실리콘밸리에서는 투자자와 커피 미팅만 잘해도 30분 만에 투자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한다. 투자자로 변신한 1세대 창업가들이 많기도 할뿐더러 엔지니어 출신의 금융인이 스타트업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때문이다. 우리의 창업 투자 생태계도 변해야 한다. 금융권의 벤처투자가 1.2%에 그치며 98.8%가 대출이라는 사실이 우리 벤처의 어려움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융자에서 투자로의 대대적 금융혁신이 필요하다.
넷째, 대기업의 투자다. 인텔은 매년 2억달러 규모의 스타트업 투자를 하고 있으며 IBM은 1억5,000만달러 규모의 창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기술의 가치를 인정하고 혁신기업을 인수·투자하거나 전략적 제휴를 맺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다행히 국내에서도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기업의 우수벤처기업 인수합병(M&A), 투자를 통한 성장지원, 이를 통한 이익 회수 및 재투자의 선순환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실패에 관대한 문화다. 실패하더라도 경험 자체를 높이 사는 문화, 도덕적으로 문제가 없고 최선을 다했다면 계속해서 기회를 얻을 수 있는 문화가 마련돼야 한다. 확률적으로 창업을 시도해 성공에 이르기까지 횟수는 평균 2.6회라고 한다. 한번 망하면 신용불량자가 되는 우리나라와 같은 분위기에서 혁신적인 기업이 탄생하기 어려운 이유다. 중소·벤처는 혁신적이고 좋은 일자리 창출의 원천이다. 스타트업이 중소·벤처기업으로 성장하고 중견기업으로 스케일업하는 과정에서 일자리는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혁신적인 창업생태계 구축이 중요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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