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국학진흥원은 조선 초기 목판본으로 출간된 ‘용비어천가’를 최근 발굴했다고 4일 밝혔다.
진흥원이 이날 공개한 ‘용비어천가’는 경북 영천 지역 한 문중에서 기탁받은 것으로, 권3∼권4의 1책으로 전체 5책 중에서 제2책이다. 또한 초간본의 후쇄본으로, 초간본이 간행되고 일정 시간이 경과한 다음, 같은 목판으로 인쇄한 책이다. 진흥원은 이것이 16세기 무렵 간행된 것으로 보고 있다. 진흥원은 “책 크기, 제책법, 판식 등이 조선 전기 판본 전형을 보여주며, 서체가 조선 초기 유행한 조맹부의 송설체로 글씨 모양이 매우 유려하다”며 “결락이나 손상 없이 온전하게 전해진다”고 책에 대해 설명했다. 진흥원은 또 “책 전래과정이 명확해 15세기 국어학과 서지학 연구에 매주 귀중한 자료로 활용될 것”이라며 “서지학적 가치를 정리하여 국가지정문화재로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용비어천가’는 조선 초기인 1445년(세종 29년) 편찬되어 1447년에 10권 5책 분량 목판본으로 발간된 악장·서사시로 훈민정음으로 쓰인 최초의 책이다. 또한 이는 한글로 쓴 가장 오래된 문헌으로 한글 반포 이전에 지어진 유일한 한글 작품이다. 내용은 이성계 4대조인 목조에서 태종에 이르기까지 6대조와 중국 역대 제왕의 사적을 읊은 노래에 주석을 붙인 것이다. 또한 제1장, 제125장 등 10여 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각 장이 2절로 구성되었으며, 앞절에 중국 역사 사적을 적고, 뒷절에 앞의 중국 사적과 부합되는 조선 개국의 사적을 저술했다. 현존하는 ‘용비어천가’ 판본은 초간본 계열과 초간본 체제를 그대로 따른 중간본(만력본·순치본·건륭본)으로 현재 계명대학교, 서울역사박물관, 서울대학교 규장각 한국학연구원, 고려대학교 등이 소장하고 있다. 또한 현재까지 발견된 용비어천가들은 전부 보물 제1463호로 지정됐으며, 이번에 발견된 것도 똑같이 지정될 것으로 보인다. /노진표 인턴기자 jproh9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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