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시절 성폭행 미수 의혹으로 의회 인준에 어려움을 겪었던 브렛 캐버노 미국 연방대법관 지명자가 4일(현지시간) “나는 독립적이고 공정한 판사”라며 기고문을 통해 ‘셀프 변호’에 나섰다.
캐버노 지명자는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 온라인판 오피니언 코너에 “나는 지난 청문회에서 내가 누구이고 무엇을 믿는지를 미국민에게 말했다”면서 이같이 기고했다. 그는 지난달 27일 상원 법사위에서 열린 청문회에서 자신이 고교 시절 성폭행 미수를 저질렀다고 의혹을 제기한 크리스틴 포드 교수의 주장에 맞서 격정적인 어조로 의혹을 전면 부인한 바 있다.
캐버노 지명자는 기고문에 “청문회에서 말한 것처럼 훌륭한 법관은 특정 정당이나 소송당사자 또는 정책을 편들지 않는 중립적이고 공정한 중재자가 돼야 한다”며 “판사는 법률과 헌법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고 적었다. 그는 “법관은 한쪽을 선호해 편파적 결론에 이르러선 안 된다”면서 자신은 검찰 편도, 피고인 편도 아니고 원고나 피고의 편도 아니며 오로지 법률만을 지지하는 ‘친(親)법’ 판사라고 밝혔다.
캐버노 지명자는 자신의 청문회 발언과 태도가 적절치 못했다는 지적을 의식한 듯 “청문회에서 나는 평소보다 매우 감정적이었다. 말하지 말았어야 할 것도 몇 가지 말했다”면서도 “내가 그 자리에 한 사람의 아들이자 남편, 아버지로서 있었다는 점을 모든 사람이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캐버노 지명자는 강한 보수 성향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그가 인준을 통과하면 대법원의 연방대법관 구성은 보수 5명, 진보 4명으로 보수 성향이 우세하게 된다.
민주당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상원 다수당인 공화당은 6일 상원 본회의 인준 표결을 하겠다고 나섰다.
AP통신과 AFP통신 등 미국 언론은 청문회 이후 659명 이상의 법대 교수가 캐버노 인준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이들은 캐버노 지명자가 대법관에게 필요한 공정성과 판사가 지녀야 할 자질을 갖추지 못했다고 말했다.
인준을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의회와 대법원 안팎에서 벌어져 수백 명이 경찰에 연행되는 일도 있었다. 대법원 밖에선 약 3,000명이 모여 캐버노 지명에 항의하고 인준 반대 투표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상원 건물 안에서 경찰은 302명을 불법 시위 혐의로 체포했다. 처음에는 의사당 계단에서 시위를 벌이려던 이들은 경찰이 계단을 봉쇄하자 의사당 옆 상원 하트빌딩으로 향했다. 이들은 캐버노를 ‘거짓말쟁이’라고 부르면서 그가 대법관이 되는 것이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다원인턴기자 dwlee618@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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