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큰 관심사는 북한의 비핵화 실행 조치와 미국의 상응 조치 간 빅딜이다. 9월 남북정상회담에서 북한은 “미국이 상응 조치를 취하면 영변 핵시설 영구폐기 같은 추가 조치를 취해나갈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이번 미북 협상에서는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발사대를 국제 전문가 참관하에 폐기하는 사찰·검증과 영변 핵시설 폐기가 논의됐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를 바탕으로 영변 핵시설 폐기의 1단계 조치로 영변 5MW 원자로와 재처리시설 등을 폐쇄하는 한편 이를 모니터링하기 위한 국제원자력기구(IAEA) 요원의 방북 허용도 논의됐을 수도 있다. 미국측은 이 같은 북한의 조치를 전제로 종전선언에서 유연성을 발휘했을 수도 있다. 폼페이오 장관이 북한 방문에 이어 우리나라와 중국을 잇달아 방문하고 후속 조치를 논의하는 것으로 보아 북미 접촉 분위기가 그리 나빠 보이지는 않는다.
이제 중요한 것은 폼페이오의 평양담판을 북한의 비핵화 실행 조치로 연결하는 것이다. 이번 북미협상 결과는 북한 비핵화의 입구를 조금 연 것에 불과하다. 북한이 폐기 대상으로 거론한 것은 기껏 동창리 미사일 발사대와 영변 핵시설 정도다. 우리는 아직 북한이 핵 물질과 시설을 어디에 어느 정도 은닉하고 있는지 속속들이 알지 못한다. 폼페이오 장관이 방북에 앞서 언급한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북한 비핵화(FFVD)’까지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북한의 핵 리스트 신고는 이를 위한 최소한의 전제조건이다. 북한의 핵 신고 없이 일부 시설에 대해 찔끔찔끔 폐기와 보상조치를 계속하는 것은 북핵 해결을 점점 더디게 할 뿐이다. 정부는 조속한 북 비핵화가 최우선 과제라는 사실을 명심하고 주변국들과의 공조에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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