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이 5주 연속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도자와 매수자 간 계속되는 힘겨루기 양상에 거래가 사실상 끊기면서 상승률 수치가 떨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감정원이 11일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10월 2주(10월 8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07%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주(0.09%)와 비교하면 오름폭이 소폭 둔화된 것이면서 9월 1주(0.47%)를 기록한 이후 5주 연속 상승률이 축소되고 있는 추세다.
서울 대부분 지역이 지난주보다 상승률이 줄거나 같은 수준을 보였다. 강북권(한강 이북 14개 구)은 0.12%에서 0.08%로, 강남권(한강 이남 11개 구)은 0.06%에서 0.05%로 축소됐다.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의 경우 강남(0.04%→0.03%)과 송파(0.07%→0.06%) 등에서 상승률이 줄면서 강남 4구 전체는 지난주와 같은 0.05%를 기록했다. 강북권 외곽 지역인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에서 상승세가 보인다는 일각의 설명도 있었지만 이날 조사에서는 지난주보다 절반 가까이 오름폭이 하락하면서 각각 0.07%, 0.08%, 0.07%를 나타냈다. 감정원 관계자는 “강북권 일부 지역에서 개발 호재와 일종의 ‘키 맞추기’ 현상이 나타나 오름폭이 커진 곳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9·13 대책과 9·21대책 이후 매도자와 매수자 모두 관망세가 계속돼 상승률 수치가 축소됐다”면서 “상승률은 지난주보다 줄었지만 매도 호가는 크게 떨어지지 않고 있는 보합 수준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9.13 대책 이후 ‘눈치보기’ 장세가 짙어지고 있다는 설명이 많다. 9·13 대책에서 대출 규제가 크게 강화되자 매수자들의 문의가 대책 이전보다 크게 줄었고, 집주인들이 가격을 더 내릴 수밖에 없다고 예상해 쉽게 매수 의사를 내비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대치동의 K공인 관계자는 “싼 물건이 나오면 전화를 달라던 매수자들에게 전화를 해봐도 큰 반응이 없다”면서 “지난 7~8월 여름에 거래가 이미 많이 진행된 것도 원인이겠지만 최근 대책에서 돈줄을 크게 조인 것이 가장 큰 이유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실제로 호가 하락으로 이어지는 단지는 아직 일부에 그치는 모습이다. 압구정동의 J공인 관계자는 호가를 내린 “압구정동 현대 아파트 일대에서 시세 대비 가격을 크게 내린 급매물은 1~2건에 그친다”면서 “집주인들이 가격을 내리는 것이 대세적인 분위기는 아니”라고 말했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84㎡와 전용 59㎡도 각각 26억 원을 호가하고, 21억 원을 호가하면서 대책 이전과 큰 변함이 없는 모습이다. 반면 재건축 사업 등이 시세 형성에 큰 영향을 끼쳤던 대치동 ‘은마’와 ‘잠실 주공5단지’는 호가를 내린 매물이 상대적으로 많은 분위기다. 은마는 지난달 전용 76㎡의 저층 매물이 18억3,000만원까지 거래됐지만 최근 17억1,000만원까지 하향 조정된 물건도 나온다. 잠실 5단지도 지난달 19억 원을 호가했지만 최근 나온 18억3,000만원까지 내린 물건도 나오는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서는 당분간 관망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본다. 정부가 무주택 실수요자 위주로 청약제도를 바꾸고 있는 상황도 매수자들의 관망세를 이어지게 할 수 있다는 예측도 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국회의 보유세 인상 논의와 기준금리 인상 등을 조금 더 보면서 매도자와 매수자들이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면서 “하지만 강남 등에서는 큰 폭의 하락이 아닌 보합 수준을 보일 것”이라고 했다.
/이완기기자 kinge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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