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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스토리]이상규 인터파크 사장 "e커머스 성패 AI에 달려...인간같은 '쇼핑집사'로 승부"

이상규 인터파크 대표./송은석기자






내실 다지며 서비스 혁신 집중

출혈 마케팅 자제...2분기부터 흑자 전환

2016년 업계 첫 AI서비스 ‘톡집사’ 선봬

평일 이용자 2만명...경쟁업체도 벤치마킹

“최근 1~2년간 인터파크(108790)가 마케팅비를 줄이고 내실 다지기에 주력하면서 존재감이 떨어졌다는 느낌을 주는 건 맞습니다. 하지만 e커머스 업계가 수백 억원, 수천 억원의 적자를 감수하며 달리는 현재의 경쟁 환경은 비정상적입니다. 언제까지 계속될 수는 없습니다. 지금은 적게나마 손익분기점을 넘어서며 힘을 비축할 뿐 적절한 시기를 찾았을 때 경쟁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수 있는 여력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국내 온라인몰 업계의 산증인이자 대표적 벤처 1세대로 꼽히는 이상규(52·사진) 인터파크 사장은 요즘 인터파크가 업계에서 두드러지지 않고 조용하다는 지적에 이렇게 답했다. 그는 특히 인터파크가 국내 최초의 온라인몰이자 현재 업계 1위인 G마켓을 한때 자회사로 거느렸던 위상에 걸맞지 않게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는 일각의 지적에 할 말이 많은 듯했다. 이 사장은 “경쟁사들이 대규모 적자를 감수하고 마케팅을 벌이며 고객을 많이 가져갔느냐고 묻는다면 아니라고 답할 수 있다”며 “우리가 높은 퀄리티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에 잠시 떠난 고객은 언제라도 다시 돌아올 수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 사장은 지난해 3월 전격 인터파크 사장으로 복귀했다. 지난 2011년부터 계열사인 소모성자재(MRO) 전자상거래 업체 아이마켓코리아(122900)의 사장으로 있으면서 인터파크와 잠시 거리를 두고 있던 차였다. 복귀 후 약 1년 반이 흘렀고 그는 “대기업 계열 온라인몰이 우후죽순 늘어나던 초창기보다 최근 몇 년이 좀 더 어려운 환경”이라고 말했다. 이유는 과도한 경쟁 구도다. 일부에서는 대규모의 적자를 감수하고 공격적 영업·마케팅을 하고 있고 한쪽에서는 독점적 검색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사업자가 쇼핑 사업을 강화하며 양쪽에서 파고를 맞고 있다. 이 사장은 “온라인몰 업계에서 유일한 상장사다 보니 외부 평가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며 “조금이라도 이익을 내며 움직여야 하기에 신중해진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이 사장은 복귀 후 외형을 키우기보다 내실 다지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움직임은 다소 의외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자회사였던 G마켓을 만들어 성장시키고 공연장 ‘블루스퀘어’를 만들거나 아이마켓코리아를 인수하는 등 굵직한 투자로 세인의 이목을 끈 이 사장이었다. 그러나 그의 취임 후 기조에 따라 인터파크는 이익을 내며 체력을 비축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4,826억원, 영업이익 165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도 2·4분기부터 영업흑자로 전환했다. 계열사인 아이마켓코리아도 상반기 145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힘을 보태고 있다.

대신 이 사장이 최근 가장 힘을 쏟는 분야는 이용자들이 경험하는 서비스의 혁신이다. 핵심은 인공지능(AI). 인터파크는 이미 e커머스 업계에서 처음으로 2016년 AI를 활용한 맞춤형 쇼핑 정보 제공 서비스인 ‘톡집사’를 선보인 바 있다. AI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에 따른 선제 투자였다. 이 사장은 “앞으로 e커머스 시장의 경쟁은 AI를 얼마나 잘 활용해 쇼핑의 편리함을 끌어내는 혁신에 성공하느냐가 핵심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마케팅 활동으로 거래액 같은 외형을 키울 수는 있겠지만 AI 등을 활용한 서비스 품질 향상은 경쟁 업체들이 따라올 수 없는 자산이라는 것이 이 사장과 인터파크의 자신감이었다. 그는 “인터파크에서만 파는 상품의 종류가 3,000만개 이상인데 쇼핑 화면은 모바일로 가면서 더 작아졌다”며 “제한된 디스플레이에서 수많은 상품을 잘 보여주는 것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톡집사의 기능 개선은 이용자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인터파크 측은 평일 이용자 수가 2만명선까지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톡집사는 AI가 처리할 수 없는 부분을 사람이 채워주는 구조였지만 올해 안으로 AI의 처리 비중이 절반 이상으로 높아질 예정이다. 경쟁 업체들도 앞다퉈 비슷한 서비스를 론칭했지만 경쟁력에서 앞선다고 그는 자신했다. 이 사장은 “AI를 꾸준히 발전시켜 인간 집사처럼 도움을 줄 수 있을 정도로 앞서 있다”며 “하다못해 물건값을 좀 더 깎아달라고 하면 살짝 가격을 낮춰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스타트업 키우는 ‘벤처 1세대’

다양한 멘토링 활동으로 노하우 전수

판교 신사옥 30%, 10년간 무상임대

스타트업과 협업해 신성장동력 발굴

국내 벤처 1세대, e커머스 업계 1세대인 이 사장은 1997년 인터파크가 당시 데이콤의 사내벤처였다가 분사할 때 처음 합류했다. 데이콤이라는 안정적 직장을 뒤로하고 벤처기업으로 기꺼이 옮기는 것은 큰 도전이었을 터. 인터파크 설립자인 이기형 회장의 합류 제안을 받아들인 동기가 궁금했다. 질문을 받은 이 사장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 그러고는 “사회에서 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좋은 기업을 만들고 싶었다”고 운을 뗐다. 데이콤에서 일하는 동안 이 사장은 여러 기업의 의사결정에 따라 사회의 풍토가 급격히 개선되는 사례도 봤고 불법행위로 지탄받는 기업도 많이 봤다. 그는 “재무적으로 건실할 뿐 아니라 고용에도 적극적이고 임직원들도 좋아하면서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고자 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관한 이 사장의 고민은 공연장 블루스퀘어를 만드는 데 투자하고 도서도매상 송인서적을 인수하는 방향으로도 이어졌다. 이들 모두 이른바 ‘돈 안 되는’ 사업들이었다. 투자자들이 좋게 볼 리 없었다. 실제로 송인서적 인수 소식이 전해졌을 때 인터파크의 주가가 내려갔고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인터파크의 주력 사업인 티켓 예매 부문과 도서 부문의 성장을 위해서도 공연·출판 생태계가 잘 돌아가고 가치사슬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는 사회적 역할이 필요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실제로 송인서적이 부도를 냈을 때 출판계 곳곳에서 인수해달라는 부탁을 많이 받았다고 이 사장은 회고했다.

블루스퀘어는 ‘위키드’ 내한 공연, ‘오페라의 유령’ 내한 공연, ‘레미제라블’ 한국판의 최초 서울 공연 등 굵직한 공연을 올리며 뮤지컬 업계의 확장에 이바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사장은 “다양한 장치를 쓸 수 있을 정도로 무대가 깊고 좌석 수도 많아 뮤지컬 기획사들이 많이 선호한다”며 “이익을 내고 시너지를 볼 시점에 거의 다다랐다고 본다”고 말했다. 송인서적은 인수한 지 아직 채 2년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성과를 말하기는 이르지만 시너지를 만들어내겠다는 것이 그의 각오다.

벤처·스타트업의 바람직한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고민도 그 연장선이다. 이 사장은 활동하는 동안 계속 가져가야 할 하나의 과제라고 말했다. 그는 벤처 1세대로 벤처·스타트업 기업인들의 멘토로서 해야 할 역할을 꾸준히 고민하고 있었다. 그의 사무실에는 그가 멘토링해준 후배 기업인들이 만들어준 그림 액자가 걸려 있다. 그는 “회사가 갈 길이 여전히 멀지만 스타트업·벤처기업 생태계를 건전하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국가 경제에도 중요하게 연결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시간이 나면 다양한 멘토링 활동을 한다. 그는 “최근에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주최한 스타트업 지원 행사에 멘토로 참석했다”며 “그때 주최 측에서 만든 등신대가 사무실로 배달됐다”고 웃음 지었다. 지금도 사무실 한쪽에서 등신대가 웃으며 방문자를 맞고 있다. 제2 판교테크노밸리에 들어서는 새 사옥에도 후배 스타트업들을 위한 고민이 묻어 있다. 3~4년 후 입주할 예정인 이 사옥은 전체 면적의 30%를 스타트업에 10년간 무상 임대할 예정이다. 이 사장은 “제2 판교테크노밸리에 벤처타운을 지으려면 건물 면적의 10%를 스타트업에 임대해야 하는데 인터파크가 다른 기업들과 컨소시엄을 꾸며 사옥 부지를 낙찰받는 과정에서 그보다 훨씬 많이 임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손해가 불가피하지 않겠냐고 물었다. 그러자 “스타트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이들과 협업하는 과정에서 인터파크도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런 방식으로 벤처·스타트업 생태계를 만들고 싶다는 것이 이 사장의 방향성이다.
/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 사진=송은석기자

◇이상규 사장은

△1966년 경북 상주시 △1982년 대구 달성고 △1985년 서울대 국제경제학과 △1993년 데이콤 전략본부 입사 △1997년 데이콤인터파크 사업총괄 이사 △1999년 인터파크 부사장 △2000년 G마켓 대표이사 △2001년 인터파크여행 대표이사 △2005년 인터파크 대표이사 △2008년 인터파크INT 대표이사 △2011년 인터파크비즈마켓 대표이사 △2011년 아이마켓코리아 대표이사 △2013년 벤처기업협회 부회장 △2016년 인터파크 총괄사장 △2017년 인터파크 대표이사 사장(아이마켓코리아 사장 겸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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