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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칼럼] 피비린내 나는 트럼프의 정치 길목

트럼프, 이민·탄핵 쟁점화 나서

지지층 자극하는 중간선거 전략

트랜스젠더 화장실 사용 관련 등

민주, 문화이슈 우클릭 대응 필요

파리드 자카리아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CNN ‘GPS’ 호스트

파리드 자카리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단지 유권자 정서에 편승해, 혹은 우연한 행운에 힘입어 지난 2016년 대선에서 승리한 무지한 광대쯤으로 믿는 사람들에게 지난 한 달은 상당히 유익했다. 트럼프는 이 짧은 기간에 그의 기막힌 정치본능을 유감없이 과시했다.

뉴욕타임스(NYT)에 익명으로 기고한 행정부 고위 관리의 말대로 트럼프의 거침없는 ‘부도덕성’과 정치적 본능이 결합하면서 그의 정적들에게 어마어마한 도전을 안겨줬다.

지금 트럼프는 낯익은 풍경을 마주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백악관을 장악한 집권당은 중간선거에서 낮은 투표율과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그러나 트럼프는 이를 불가피한 결과로 받아들이는 대신 낮은 승률을 넘어서기 위해 적극적인 공세를 펼쳤다.

그는 성격을 달리하는 상원과 하원 선거를 자신이 정의한 어젠다를 놓고 치르는 단일 국민투표로 바꿔놓았다.

그의 첫 번째 의제는 이민이다. 이유는 명백하다. 이민은 그의 유권자들을 자극하는 가장 민감한 이슈다.

트럼프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할 경우 국경을 개방해 모든 난민을 받아들이려고 할 것이라는 거짓주장까지 해가며 이민 문제를 쟁점화하는 데 열을 올린다.

그는 현재 북상 중인 중남미 난민 집단을 민주당을 겨냥한 공격 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공화당 유권자들이 테러리즘에 여전히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는 점에 착안한 트럼프는 미국 국경을 향해 이동하고 있는 난민 무리에 ‘중동인들’이 섞여 있다는 주장을 내놓았다(하지만 그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가 전혀 없고 트럼프 역시 이 점을 시인한다. 둘째, 설사 난민 무리에 중동인들이 섞여 있다 해도 그의 주장은 중동인들을 한데 싸잡아 테러리스트로 규정하는 추하기 그지없는 정치적 실언에 불과하다).

트럼프는 언론매체들이 자신의 발언에 대해 앞다퉈 사실 확인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그가 내뱉은 주장을 여러 차례 반복해 언급할 수밖에 없을 터이고 이를 통해 일반 대중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의심과 공포가 강화될 것이라는 점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 듯 보인다.

그가 중간선거를 총선으로 바꿔놓는 데 활용한 두 번째 방법은 탄핵의 망령을 일으켜 세우는 것이다. 2016 대선 결과를 원점으로 돌리기 위해 법조인들과 언론인들, 그리고 사법부 판사 등 엘리트들이 한데 뭉쳐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생각만큼 트럼프의 지지기반을 자극하는 요인은 달리 없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도 대통령 탄핵이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갖고 있는 유일한 메시지처럼 보인다”고 밝혔다.

몇 개월 전 스티브 배넌은 나와 가진 CNN 대담에서 트럼프의 중간선거 전략과 관련해 “공화당은 이번 중간선거를 트럼프에 대한 신임투표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의 재선투표일은 올해 11월6일이 될 것”이라며 “이번 중간선거는 그에 대한 찬반투표”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 같은 선거전략에 민주당은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 상당수의 민주당 유권자들은 “사실상 우리는 국경 개방과 탄핵을 원하지 않는다”며 “우리의 입장은 그보다 훨씬 미묘한 차이를 갖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린다. 그러나 정치판에서는 미묘한 입장 차를 설명해야 하는 쪽이 지기 마련이다.

민주당은 공세를 펼칠 방법을 찾지 못했고 트럼프로 하여금 쟁점들에 대한 복잡한 속내를 설명하도록 만들지 못했다.

그러나 스타일과 전술적 차원의 문제뿐 아니라 실질적인 문제도 존재한다. 민주당은 이번 중간선거 결과는 앞으로 미국이 나아갈 방향을 새로 설정하고 경제 문제에서 더욱 대중주의적 입장을 취해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의심할 나위 없는 신호라고 주장할 것이다.

그러나 데이터는 미국의 대중이 헬스케어와 불평등 같은 이슈들과 관련해 민주당의 입장을 편안하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 민주당이 직면한 도전은 문화적 쟁점들에 관한 것이다. 주로 이민에 관한 것이지만 트랜스젠더의 화장실 사용과 관련한 법이라든지 민주당이 국가의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믿는 국내 핵심 단체들의 판단 등 명백한 위험신호를 존중하는 것이다.

데모크라시펀드는 자체적으로 실시한 탁월한 연구를 통해 전에 오바마를 지지했다가 2016년 트럼프에게 표를 던진 유권자들은 거의 모든 경제적 이슈에서 민주당과 의견을 같이하지만 이민과 다른 문화적 이슈들에 관해서는 이견을 보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이들은 선거 승리를 위해 민주당이 반드시 되찾아야 할 집단이다).

간단히 말해 데모크라시펀드의 연구는 민주당이 직면한 도전은 경제적으로 좌클릭할 수 있느냐가 아니라 문화적으로 우클릭할 수 있느냐에 관한 것임을 분명히 보여준다.

나는 지금 거의 모든 문화적 핵심 이슈와 관련해 민주당의 입장에 동의하는 사람으로 말하고 있다.

그러나 거대한 전국 정당이라면 일부 이슈들에 대해 당과 견해를 달리하는 사람들까지 품을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의 원칙을 버리지 않으면서 이를 시행하는 것은 그 자체로 도전이지만 국정을 이끌어나갈 든든한 다수당의 위치를 원한다면 민주당이 반드시 수용해야 할 도전이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전체 유권자는 더욱 젊고 다양해질 것이나 그 사이 공화당은 미국 정치판을 호령할 것이다. 그것은 문화와 정치가 마주치는 유혈이 낭자한 건널목을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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