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번도 은퇴를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발레리나의 몸 관리는 육체적 노동과 다를 바 없지만 매일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다는 게 즐겁기만 합니다.”
‘세기의 발레리나’ 스베틀라나 자하로바(39)가 유니버설발레단과 세종문화회관이 공동 기획한 블록버스터 발레 ‘라 바야데르’ 무대를 위해 13년만에 내한했다. 26세의 젊은 나이로 지젤이 되어 한국 팬을 만났던 무용수는 관록과 테크닉은 더했지만 세월을 거스르는 듯 여전히 아름다운 자태로 다시 팬들을 만난다.
29일 세종문화회관 예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스베틀라나 자하로바는 “유니버설발레단 단원들과 오늘 처음 호흡을 맞췄는데 연습실에 들어가자마자 단원들이 열화와 같은 박수를 쳐줘서 기분이 좋았다”며 “한국 관객들이 나의 공연을 보고 어떤 반응을 보일지 가장 궁금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입국(28일) 하루만인 오늘 유니버설발레단 단원들과 첫 리허설을 진행했는데 소감은 어떤가.
-연습실에 들어가자마자 단원들이 열화와 같은 박수를 쳐줘서 기분이 정말 좋았다. 시차적응이 안 됐지만 단원들의 도움으로 연습을 잘 마칠 수 있었다. 단원들의 실력은 유럽의 어느 발레단과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았다. 한국 무용수들과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즐겁다.
△한국 나이로는 불혹의 무용수다. 지금까지도 왕성한 활동을 할 수 있는 비결이 무엇인가.
-철저히 아티스트로서 무대에 오르려면 육체적으로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몸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운동도 열심히 해야 하고 틈틈이 마사지도 해줘야 한다. 일종의 육체적 노동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번 내한공연은 5년간 파트너로 호흡을 맞췄던 데니스 로드킨과 함께 하게 됐다. 데니스 로드킨을 평가한다면.
-갑작스럽게 파트너를 바꿔야 하는 상황이 되면서 데니스가 나의 파트너가 됐다. 경력 차이가 많이 났지만 데니스와 처음 연습을 해보고 그의 잠재력이 크다는 것을 알았다. 특히 습득 능력이 탁월해서 내가 무언가를 전달하면 바로 알아 들었고 더 이상 얘기할 필요가 없었다. 이후 데니스와 거의 모든 클래식 발레 작품을 함께 했다. 카르멘부터 백조의호수, 라 바야데르까지 우리는 늘 함께 한다.
△이번 배역 ‘니키아’를 어떻게 표현할 생각인가.
-클래식 발레 중에서도 ‘라 바야데르’는 가장 어렵지만 가장 아름다운 작품이기도 하다. 니키아 역할은 아주 어려운 역할이다. 세 가지 모습을 보여줘야하는데, 1막에서는 한 남자를 사랑하는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여인, 2막에서는 어쩔 수 없는 신분 차이로 배신당하고 가슴 아픈 죽음을 맞이하는 여인, 3막에서는 사후 영혼으로 등장하게 된다. 의상 역시 발레 무용수에겐 도전이다. 인도식 의상을 입고 춤을 춰야 하는데 관객 입장에서는 볼거리가 많은 작품이지만 무용수에겐 기술적으로 힘든 작품이다.
△한국에서는 40대 발레리나가 드물다. 2020년까지 스케줄이 꽉 차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향후 은퇴 계획이 있나.
-아직도 배울게 많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프로젝트도 준비중이다. 안무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언제까지 무대에 오를 거냐고 많이들 묻는데 그걸 아는 것은 신밖에 없다. 나로선 예측할 수 없다. 그저 매일, ‘오늘이 시작’이라고 생각할 뿐이다.
△한국 팬들과 두 번째 만남이다. 소감이 어떤가.
-2005년볼쇼이 발레단과 ‘지젤’로 내한했었다. 그때가 첫 한국 방문이었다.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공연하긴 했지만 한국에서 공연한다는 건 특히 영광스럽다. 유니버설발레단의 유지연 부예술감독과 함께 마린스키 발레단에서 함께 활동한 인연이 있어 한국에 늘 관심이 많았다. 한국 팬들은 나를 TV에서만 볼 수 있는 무용수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앞으로 한국에 더 자주 올 기회가 있으면 한다. 한국 팬들이 이번 무대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 정말 궁금하다.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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