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은 덩샤오핑을 넘어섰다고 생각하나?’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30일 ‘개혁개방’ 노선 시행 40주년을 맞아 게재한 평론에서 ‘개혁개방의 총설계사’로 불리는 덩샤오핑을 아예 언급하지 않아 주목된다. 이는 앞서 시진핑 국가주석이 최근 광둥성을 시찰하는 동안 개혁개방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덩샤오핑에 대해서 한마디도 말하지 않은 것과도 관련된다.
30일 인민일보는 ‘개혁개방의 눈으로 개혁개방을 다뤄라(以改革開放的眼光 看待改革開放)’라는 평론을 게재했다. 평론은 개혁개방 40주년을 맞아 “향후 어떻게 개혁개방을 자리매김하고 어떤 식으로 추진할지가 중요하고 이것이 신시대개혁개방의 기본문제”라고 강조했다. 평론은 시 주석이 광둥성을 둘러보면서 ‘개혁개방의 눈으로 개혁개방을 다뤄야 한다’면서 ‘새로운 형세 아래에서 개혁개방의 시대성·체계성·전체성 관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더욱 높은 출발점과 차원, 목표로 개혁개방을 추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고 일갈했다.
또 평론은 2012년 중국공산당 18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 이후 시진핑 당총서기를 핵심으로 하는 중공 중앙의 역할을 강조했다. 즉 중공중앙이 흔들림 없이 개혁을 전면 심화하고 고질병과 이익집단의 폐해를 과감히 일소하는 것과 함께 새로운 발전 이념을 실행하면서 현대화 경제체제를 건설하고 더욱 높은 차원의 개혁개방의 새로운 국면을 형성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개혁개방을 잔뜩 말하면서도 40년 전 이런 개혁개방을 시작해 중국 경제성장을 이뤄낸 덩샤오핑은 아예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의도적인 무시라고 밖에 볼 수 없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시 주석이 이미 ‘탈 덩샤오핑’ 의지를 분명히 했다고 보고 있다. 시 주석은 지난해 10월 열린 중공 19차 당대회에서 자신의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을 당의 헌법인 당장에 명기했다. 여기에 사상이라는 이름이 붙었는 데 이는 덩샤오핑을 넘어서 마오쩌둥에 버금가는 것이다. 중국 공산당 통치 이념에 순위를 매기자면 주의, 사상, 이론 순인데 역대로 ‘주의’는 마르크스·레닌이고 ‘사상’은 마오쩌둥, ‘이론’은 덩샤오핑이다. 그외 장쩌민과 후진타오는 각각 사상이나 이론도 아닌 ‘3개 대표론’, ‘과학적 발전관’이다.
덧붙여 말하면 역대 국가원수급 가운데 시진핑은 처음으로 덩샤오핑이 지명하지 않은 사람이다. 앞선 장쩌민과 후진타오는 모두 덩샤오핑의 지명으로 최고 자리에 올랐다. 즉 지금 시진핑은 덩에 대한 부채의식도 없다는 말이 된다.
이와 관련, 덩샤오핑의 아들인 덩푸팡 중국장애인연합회 명예회장이 지난달 장애인연합회 전국대회에서 “냉철한 마음으로 우리의 주제를 알아야 한다”고 사실상 시진핑 정권에 대해 쓴 소리를 한 것은 이러한 기조에 불만을 가졌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최수문기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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