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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자동차산업 위기 협업으로 돌파해야

수요 독점과 계열구조로는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 못해

연관산업·업체간 협업으로

자율차 등 혁신역량 강화를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외환위기 이후 정부는 국내 제조업의 양대 축인 전자와 자동차 산업의 생태계 전환을 모색해왔다. 지난 1975년 이후 전차산업에 뿌리 깊이 자리 잡은 수직계열 및 통합적 산업구조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네트워크 협업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2002년 산업연구원은 선진국 정보기술(IT) 업체들이 운영하면서 현재 애플의 비즈니스모델로 자리 잡은 전자제조서비스(Electronic Manufacturing Service) 모델 등 다양한 협업 모델을 분석해 전문기능연계형(Integrated Contract Manufacturing & Service) 협업 모델을 제안한 바 있다. 그러나 전차산업을 대표하는 대기업들은 수평협업 모델이 수율을 비롯한 효율성에서 뒤떨어진다고 평가하며 도입하지 않았다. 국회는 2007년 중소기업 진흥에 관한 법률 제2조 9항, 37~40조에 협업 조항을 추가했지만 협업사업은 겉돌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협업에 대한 인식과 의지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최근 자동차 산업 위기론이 대두되면서 다양한 원인진단과 처방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숲은 보지 못하고 나무만 쳐다보는 형국이다. 필자는 국내 자동차 산업의 위기 가능성을 금융위기 이후 지적해왔다. 국내 자동차 산업의 수요독점과 전속거래 및 계열 구조로는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정부도 이를 간파하고 자동차 산업 구조개편을 위해 노력했지만 국내 완성차 업체의 고수익·고성장과 신자유주의 경제논리에 부딪혀 길을 잃고 말았다. 그 결과 세계 자동차 수요가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국내 완성차 업체의 판매는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 급기야 국내 완성차 업계가 어닝쇼크에 빠지자 정부는 부품업체에 긴급자금을 수혈하고 중장기 자동차 산업 활력 제고 방안을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국내 자동차 산업의 앞날은 밝지 않다. 세계 수요가 둔화되고 있고 내연기관 자동차 시장에서 경쟁이 심화되며 선진국과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전기동력 자율주행자동차를 조기 출시해 차별화를 모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자동차 산업의 구조조정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며 사태해결을 위해서는 호미가 아닌 가래를 사용해야 할 상황이다. 자동차 산업 이해관계자들이 자기희생이 아닌 이익 챙기기에 급급하고 구조적인 문제 해결에 공동으로 나서지 않을 경우 자동차 산업은 장기침체에 빠질 수도 있다.

따라서 이번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가능 성장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자동차 산업의 고질적 문제를 해결하면서 산업구조를 고도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자동차 업계와 연관산업 업체 간 포괄적 협업을 전제로 자동차 산업을 지원해야 한다. 이미 기업 간 협업 촉진을 위해 산업통상자원부는 얼라이언스프로그램(Alliance Program)을, 국토교통부는 민관협의회를 운영하고 있다. 부품 업계는 자율적 인수합병(M&A)을 통해 규모를 키우고 부실을 털어내는 한편 정부 및 완성차 업체와 공동으로 혁신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자동차 산업 근로자들과 노조는 구조조정을 수용하면서 피해를 최소화하고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데 정부 및 기업가와 공동 노력해야 한다. 학연 전문가들은 전기동력 자율주행차 산업의 핵심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동차 업체와 관련산업 기업 간의 자발적인 협업이다. 선진국과 중국 자동차 업체들은 신기술과 신제품 개발에 따른 위험과 비용이 증가하자 경쟁적으로 협업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의 앨릭스파트너스는 지난해 완성차 업체의 전략적 제휴가 272건으로 전년 대비 108%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외국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자동차 연관산업이 잘 발달해 자율주행차 산업을 선도할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했으나 국내 기업들은 협업을 외면하고 있다. 폐쇄적인 기업생태계와 유기적 성장에 집착해온 기업문화 때문이다. 자동차 산업의 위기가 닥치는 상황에서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이 새삼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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