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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상법 개정하려면 경영권 방어장치도 넣어야

여야가 정기국회에서 상법개정안을 처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한국경영자총협회에서 의견서를 국회에 냈다. 여당과 일부 야당은 대주주의 전횡을 막고 소액주주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이로 인해 기업의 경영 위축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게 주요 내용이다. 기업을 범죄자로 바라보는 정치권을 향한 재계의 절박한 호소다.

재계의 우려는 지나친 것이 아니다. 상법개정안에 있는 감사위원 분리 선임제는 표결에 참여하는 대주주의 의결권을 대폭 제한하는 내용을 담았고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다중대표소송제는 대주주를 제외한 다른 주주들의 권한을 강화하고 있다. 하나같이 기업에 부담이 되는 조항들이다. 일부 개정안에는 주식을 단 1주만 가져도 소송을 할 수 있는 단독주주권도 허용하자는 주장까지 담고 있다. 현실화한다면 기업은 소송 준비만 하다 날이 샐 수도 있음이다. 대기업이 아닌 중견기업이 견딜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국내 기업의 경영권에도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이 의결권 제한이라는 족쇄로 인해 꼼짝 못하지만 2대 주주부터는 전혀 제한을 받지 않는 절호의 기회를 외국계 투기 펀드들이 가만히 놓아둘 턱이 없다. 미국계 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관여하고 현대차 그룹의 지주사 개편을 문제 삼은 것과 같은 경영권 침해 사례가 더 자주, 더 강도 높게 등장할 수 있다. ‘행동주의 펀드들의 공격에 한국도 안심할 수 없다’는 한국경제연구원의 경고가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가뜩이나 경기 부진과 미중 무역전쟁에 시달리는 기업들의 손발을 꽁꽁 묶어놓고 경기가 살아나기를 바랄 수는 없다. 국회가 상법개정안을 처리하는 데 신중을 기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소액주주들의 권리를 강화한다면 대주주의 대응권도 보장해야 한다. 15년간 논의만 했던 차등의결권이나 포이즌필 같은 대주주의 경영권 방어장치의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 기업이 보호받지 못하면 주주와 경제도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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