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얗고 불룩한 창밖 패널 틈 사이로 이제 막 문을 연 마곡 서울식물원이 내려다보인다. ‘코오롱 원앤온리(one&only)타워’는 마곡(麻谷)이란 땅과 만나 혁신적인 기업 조직 문화를 형성할 수 있는 업무 공간을 제공한다. 식물원의 녹지가 흘러들어와 건물을 3개동(연구동, 사무동, 파일럿동)으로 나눈다. 서울식물원과 마주한 서측에 3개동을 한 데 묶는 공용공간이 바로 이 건축물의 도시·건축적 해법이다.
첫눈에 띄는 건 하얀 삼각형 모듈로 이뤄진 비정형 외피다. 섬유의 직조패턴을 모방한 이 비정형 패널은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아라미드 섬유인 ‘헤라크론’을 첨단 신소재인 GFRP(Glass Fiber Reinforced Plastic)에 활용해 만들었다. 높이 2.8m, 폭 3m 크기에도 가볍게 매달려 비정형 곡선을 구성한다. 한 층에 두 칸씩 붙은 이 패널 사이로 햇빛과 시야가 열리고 닫힌다. 계속된 일광을 조절해 난방부하를 낮춰야 하면서도 반대로 서울식물원 방면에 좋은 조망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마치 기능성 옷이 외부의 물과 바람은 막고 내부의 땀은 배출하는 것과 같았다. 태양의 일출·일몰과 사계절 고도를 시뮬레이션한 결과를 바탕으로 비정형 패널을 배치했다. 이 파사드 뒤에는 아이디어가 부딪히는 회의실, 카페테리아 등이 위치한다.
공용공간과 사무, 연구 공간 사이에는 그랜드 스테어(Grand Stair)가 가로지른다. 2층에서 6층을 잇는 거대한 계단이다. 특히 이 공간 양쪽에 매달린 마름모꼴 ‘Liner Panel System’은 LED 조명과 직물 흡음재 역할을 한다. 자칫 소리가 울리며 차갑게 느껴질 공간을 따듯한 빛과 음향까지 조율하는 것이다. 이 공간은 4차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각기 다른 분야의 연구인과 아트리움을 두고 위아래로 시선을 교환하며 소통의 기회를 제공한다. 연구개발 인력뿐 아니라 영업·마케팅·지원 등 관련 인력들이 함께 근무하면서 경계를 넘어 직무 시너지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다목적 그랜드 스테어는 강의, 공연, 패션쇼가 벌어지는 혁신의 장이 된다. 1,000여 연구 인력들이 서측 공용공간으로 쏟아져나와 소통하고 융합한다.
반면 유연한 파사드의 공용공간과 달리 사무동, 연구동, 파일럿동은 네모 반듯하다. 특별히 연구시설은 햇볕 차단을 위해 얇고 긴 창문 띠처럼 둘러있다.
/이재명기자 nowl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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