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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와이번스 에이스 김광현, 그렇게 선배가 또 전설이 됐다

사진=연합뉴스




SK와이번스의 네 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의 순간, 그 끝에 ‘레전드’로 거듭난 김광현이 섰다. 역동적인 투구폼에서 뻗어나간 공이 허공을 가르는 방망이를 넘어 포수의 미트에 꽂히는 순간 김광현은 두 발을 번쩍 들었다. 그리고 야수들이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12일 서울시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 한국시리즈(KS) 6차전에 5-4로 앞선 연장 13회말 등판한 김광현은 1이닝 동안 삼진 2개를 잡으며 무피안타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트레이 힐만 감독은 그 마지막 순간에 공을 에이스 김광현에게로 넘겼다.

김광현은 두산 박건우를 시속 142㎞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 처리하며 올해 프로야구의 마지막 경기를 확실하게 끝냈다.

초반부터 시속 154㎞를 넘나드는 직구가 불을 뿜자 팬들은 이번 이닝에 한국시리즈가 끝날 것을 직감했다. 이들의 머릿속은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은 후 김광현이 어떤 세리모니를 보여줄지에 집중됐다.

‘왕조’를 자라했던 SK가 세 번째 우승을 차지했던 2010년 한국시리즈 마지막 경기(4차전)에서도 김광현은 똑같이 마지막 순간 마운드에 있었다.

당시 SK는 삼성 라이온즈와의 한국시리즈에서 1∼3차전을 내리 이긴 후 10월 19일 대구 시민구장에서 열린 4차전에서 4-1로 앞서며 확실한 승기를 잡았다. 이 경기에서 8회 1사 1, 3루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른 김광현은 1⅓이닝을 1피안타 1실점으로 막으며 팀 승리(4-2)를 지켰다.



마지막 순간 현재윤을 삼진 처리한 김광현은 모자를 벗고 포수 박경완을 향해 허리를 90도로 숙여 인사했다. 최고의 선배에 대한 예우였다.

사진=연합뉴스


SK는 8년 만에 우승을 차지하며 과거와 똑같은 장면을 연출했다. 이번에도 마지막 순간 마운드에 선 김광현은 뒤돌아 야수들을 향해 두 팔을 뻗었다.

김광현은 “예전에 선배들이 많았을 때는 내가 욕심을 많이 부렸다. ‘내가 더 많은 이닝을 던져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며 ”지금은 더 내려놨다. 내 뒤에 다른 투수들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광현은 최근 승리를 챙긴 뒤 ”야수들이 잘 잡아준 덕“이라는 말을 자주 했다. 투수들과 자주 생활하지만, 야수들과의 교류도 많았다. 2017년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고 1년 동안 재활군에 머물며 부상으로 고생하거나, 1군 무대 진입을 열망하는 선수들을 보며 훌쩍 성장했다.

한국시리즈 마지막 경기 승리투수가 된 문승원, 불펜의 핵으로 떠오른 김태훈, 1차전과 4차전 선발로 나선 박종훈 등 후배들은 입을 모아 ”예전부터 멋진 선배이자 투수라고 생각했지만, 올해 더 멋졌다“고 입을 모았다. 선배들에게 존경을 표하던 젊은 에이스는 8년 만에 그렇게 자신이 존경받는 선배의 위치에 우뚝 섰다.

/김진선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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