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경제교실] 국민연금제도 개편, 어디에 중점 둬야하나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재정안정 최우선…보험료 인상 더 미뤄선 안돼





우리 국민연금은 지난 1988년 소득대체율(근로기간 동안의 월급 대비 연금액 비율) 70%라는 매우 관대한 제도로 도입됐습니다. 40년을 가입하면 근로기간 소득 대비 70%를 연금으로 지급한다는 뜻입니다. 이렇게 높은 소득대체율은 미래를 매우 낙관적으로 전망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높은 경제성장률이 지속되고 아이를 많이 낳아 노인 부양능력이 커질 것이라는 전제하에 설계된 소득대체율입니다.

다른 조건들이 같아도 평균수명이 늘어나면 그만큼 연금을 받는 기간이 늘어나 연금재정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그런데 당초 예상한 것보다 연금을 받는 기간이 많이 늘어나다 보니 재정 불안정이 불가피한 실정입니다. 경제성장률이 떨어지면서 젊은 층이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워지다 보니 상황이 더욱 악화하고 있습니다. 경제여건이 악화하면서 신생아 출산율도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이 모든 상황 변화가 국민연금에는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고통스럽더라도 개혁이 불가피하게 된 것입니다.



☞ 경제여건 악화로 개혁 불가피

청년 취업률·신생아 출산율 ‘뚝’

재정 안정화 조치 제때 못하면

현재 거대기금 2057년에 소진

소득의 28% 보험료로 내야할수도

☞ 운영방식·해외사례 검토 필요

OECD국가 보험료, 韓의 두배



미래세대에 부담 떠넘기지 말고

개편 필요성 국민에 적극 알리고

양쪽 입장 고려한 최적안 찾아야



국민연금 소관 부서인 보건복지부는 많은 고민 끝에 복수의 국민연금 개편안을 마련했습니다. 소득대체율을 인상(45% 또는 50%)하는 안과 예정대로 소득대체율을 40%로 낮추는 안 모두 보험료 인상을 동반하는 안이었습니다. 그렇지만 국민 대다수는 보험료 인상에 많은 거부감을 보이고 있습니다.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보험료 인상을 감내하기 어렵다고 생각해서인 것 같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통령은 보험료 인상을 포함한 정부 개편안이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개편안을 다시 만들라고 지시한 배경인 셈이죠.

복지부가 국민연금 개편안에 보험료 인상을 포함한 것은 제때 인상하지 않을 경우 후세대의 부담이 커질 것을 우려해서입니다. 현재 640조원인 거대기금도 제때 재정 안정화 조치를 하지 않으면 오는 2057년 소진됩니다. 기금 소진 후에는 소득의 28% 이상을 보험료로 걷어야 제도 유지가 가능합니다. 그대로 방치할 경우 세대 간 형평성과 제도 수용성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복지부 개편안에 대해 국민연금 재원을 가입자가 부담하는 보험료로만 해결할 필요가 있느냐는 견해가 대두되는 것 같습니다. 보험료로 부족한 재원은 세금을 걷어 충당하면 되지 않겠느냐는 입장의 출발점입니다. 아직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보험료 인상으로 공연히 국민의 반감을 키우는 것보다 국민연금의 장점을 알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많이 쌓여 있는 적립금을 활용해 높은 노인빈곤 문제를 해결하는 것, 즉 현재의 운영방식인 적립식이 아닌 부과방식으로 운영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흔히 언급되는 연금의 주요 정책목표인 급여의 적절성, 제도 적용의 보편성과 지속 가능성을 하나의 제도로 해결하기가 어렵습니다. 보험료나 세금을 내지 않았음에도 모든 국민에게, 충분한 액수의 연금을 지급하고도, 후세대에게 부담을 지우지 않는 제도를 만들기가 불가능해서입니다.

국민연금 개편 방향에 대해 상반된 견해가 있다 보니 사회적 합의 도출도 어려운 것 같습니다. 이처럼 논란이 많은 사안일수록 우리보다 앞서 유사한 문제를 경험한 국가들로부터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얻을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특히 평균수명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출산율이 떨어진 국가들의 연금개편 사례를 집중적으로 분석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와 유사한 수준의 소득대체율을 제공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이 우리의 두 배 수준인 18%의 보험료를 부담하고 있다는 사실도 제대로 알려야 할 것 같습니다.

재정 안정 달성을 위해 보험료를 인상하려는 시도가 있었음에도 그동안 보험료율은 9%에 묶여 있었습니다. 보험료를 올리지 못한 만큼 국민연금의 내상도 그만큼 깊어졌습니다. 지난 20년 동안 보험료를 올리지 못했다는 것은 앞으로도 쉽지 않을 것임을 시사합니다. 우리가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미래세대에게 떠넘기는 것은 꽤나 무책임해 보입니다. 지금보다 여건이 더욱 나빠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그렇습니다. 국민연금으로 노후소득 보장 강화를 원하는 현세대의 입장과 이를 책임져야 할 후세대의 어려움을 동시에 고려해야만 하는 이유입니다. 이와 함께 국민연금이 처한 실제 상황과 제도 개편의 필요성을 국민에게 제대로 알리려는 노력도 매우 필요한 시점인 것 같습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