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진호 위디스크 회장과 같은 직원 폭행·갑질 사례가 IT업계 곳곳에 존재한다는 고발과 원성이 터져 나왔다.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주최로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IT노동자 직장 갑질·폭행 피해 사례 보고’에서 IT 종사자들이 자신의 피해 사실을 폭로했다.
한 IT스타트업에서 지난 2014년 12월부터 2017년 5월까지 일했다는 김모(25) 디자이너는 “회사 대표로부터 바닥에 돗자리를 깔고 자고 편의점 음식을 먹는 숙식 생활과 학업 포기를 강요당했다”며 “개인적인 물품을 소유할 수 없게 했는데 미니 선풍기를 샀다는 이유로 맞았다”고 말했다. 또한 “한 사원은 셔츠 색상을 잘못 입고 출근했다는 이유로 골프채로 맞았다”며 “한 팀원은 한심한 모습을 보였다는 이유로 다른 동료에게 이 팀원의 뺨을 주먹으로 치라고 시키고, 약하게 때리면 다시 시키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지분 관계가 복잡하면 투자를 받기 힘들다는 대표의 말에 넘어가 지분 계약을 구두로만 약속하고 ‘스티브 잡스’와 ‘조너선 아이브’를 꿈꾸며 일해왔지만, 실체는 ‘사이비 종교’와 비슷했다고 주장했다.
양모씨는 “2017년 2월 중소기업 직원으로 L마트 쇼핑몰에서 근무하던 중 직원들에게 온갖 폭언과 폭행을 당했다”며 “폭언, 폭행은 양진호 동영상과 마찬가지로 수십명의 동료가 보는 가운데 발생해 이루 말할 수 없는 괴로움을 겪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마트로부터 2017년 7월 사과를 받았고 가해자 두 사람을 직위해제 및 지방으로 좌천시켜 다시는 복귀시키지 않는다는 약속을 받았지만, 마트는 올해 2월 가해자 두 명을 모두 복귀시키고 제 근처에 배치했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민주노총 한국정보통신산업노동조합에서 조사한 직장 내 갑질과 폭행 사례도 다수 발표되기도 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 가산디지털단지의 솔루션 개발사인 D사에서는 사장이 남성 직원의 성기나 여성 직원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기고 볼에 뽀뽀를 시키는 성추행을 벌여왔다. 교육 콘텐츠 업체 S사에서는 상급자가 웹디자이너 장모씨에게 업무 종료 후 자아비판이나 반성문 형식의 업무보고를 제출하도록 했고, 채식주의자라고 밝혔음에도 육식을 계속 강요했다. 장씨는 지난 2015년 5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S사에서 웹디자이너로 근무하다 올해 1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날 간담회에는 장씨의 언니가 나와 떨리는 목소리로 “동생이 2년 8개월간 근무하면서 46주 동안 주 12시간 이상 연장 근로했다”며 “과로 자살은 회사가 개인에게 가한 극한의 폭력이며, 죽음에 이르게 만든 회사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올해 5월부터 파업 중인 안종철 한국오라클 노조위원장은 “권고사직과 불법매출 강요는 일상화됐고 끊임없는 해고압박에 시달렸다”며 “세계적인 IT회사가 불합리한 일을 한국에서만 지속하는 이유는 그만큼 우리나라 IT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이 비상식적이고 불합리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수많은 양진호 회장이 IT업계 곳곳에 존재하고 있다”며 “제2, 제3의 피해자를 방지하고 나아가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대한민국의 IT인재들의 노동환경이 개선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의원이 IT노조와 함께 ‘IT업계 노동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 근로기준법에 정해진 근로시간인 주 40시간을 지키는 근로자는 고작 12.4%에 불과했고 주 52시간을 초과해 근무하는 노동자가 전체 응답자의 25%를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설문 참여자(503명)의 23.26%가 상사로부터 언어폭력을, 20.28%가 위협 또는 굴욕적 행동을 당했다고 답했고 신체적 폭력을 당한 경우는 11명, 왕따 및 괴롭힘은 24명, 성희롱·성폭력 피해는 16명에 달했다. 심지어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지난 1년 내 자살을 한 번이라도 생각해봤다고 답변했다.
장재원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는 “IT 근로자의 장시간 근로와 법정수당 미지급을 해결하기 위해 정책적인 차원에서 엄격한 근로감독 실시가 필요하다”면서 “입법적으로 근로기준법 임금대장 작성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고 사법적으로 근로자의 연장근로 사실에 대한 입증 책임을 완화하는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노진표 인턴기자 jproh9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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