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3년 미국의 경영 컨설턴트 켄 블랜차드가 발간한 저서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출간 당시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전 세계적인 인기를 누렸다.
작가는 조련사의 칭찬 한마디가 바다에서 가장 무서운 육식동물인 범고래도 묘기를 부릴 수 있게 하는 마법이라며 칭찬과 격려가 주는 위대한 능력을 이야기했고 책의 인기와 함께 우리나라를 비롯한 많은 나라에서 한동안 칭찬 열풍이 불었던 적이 있었다.
한때 대한민국은 기업가들에 대한 칭찬과 존중이 넘쳐나는 나라였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좁은 땅덩어리에서 지금은 한국의 주력산업으로 성장한 반도체·자동차·조선 등을 세계 수준으로 키워낸 ‘한강의 기적’의 중심에는 우리 기업가들이 있었다. 국민들은 그들에게 존경과 경외의 시선을 보냈고 기업가들은 주변의 응원에 힘입어 사업보국의 정신으로 도전하고 혁신하며 반세기 만에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기적을 일궈냈다.
현대 경영학의 대가 피터 드러커는 이런 대한민국을 가리켜 전 세계에서 가장 기업가정신이 충만한 나라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을 정도였다. 그러나 최근 세계 최고 수준이던 우리의 기업가정신이 점차 위축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내외 연구기관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내년에도 2% 중반의 저성장이 지속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으로 기업인들의 한숨을 깊게 만들고 있고 2년 연속으로 급격히 상승한 최저임금과 근로시간 단축 등의 각종 규제들을 비롯해 광범위하게 확산하고 있는 반기업 정서들은 기업들의 투자의욕을 떨어뜨리고 기업가정신이 숨 쉴 공간조차 막고 있다.
사실 산업현장에서 고군분투하며 적게는 수십 명에서 많게는 수천·수만 명을 고용하고 그들의 가족까지 안정된 삶을 보장해주는 기업들이야말로 현시대가 가장 필요로 하는 애국자라고 할 수 있다. 일부 기업들의 일탈행위가 국민들을 분노하게도 했지만 그보다 훨씬 더 많은 기업이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해왔다. 특히 사람을 귀하게 여기고 인재의 가치를 믿으며 ‘사람중심 경영’을 추구해온 기업들은 칭찬과 박수를 받아 마땅한 애국자 중의 애국자라고 할 수 있다.
‘좋은 사람’이 ‘좋은 회사’를 만들고 ‘좋은 회사’가 ‘좋은 사람’을 만든다는 사람중심 경영은 단순히 이익만 중시하던 기업에 대한 기존의 시각에서 벗어나 사람의 가치를 융복합하며 주목받고 있는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이다.
모든 것이 불확실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기업의 생존을 위해서는 직원들의 자발적인 헌신과 참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공감대에서 출발해 선진국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우리의 주변에서도 사람중심 경영을 실천하는 의미 있는 기업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경쟁과 신상필벌의 주류 경영학 인사 원칙에서 벗어나 ‘4무 경영(무스펙·무징벌·무경쟁·무정년)’으로 직원들에게 신뢰를 주고 이를 바탕으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갖춘 조직으로 성장한 기업, ‘기계보다 사람에 투자’라는 대원칙하에 직원들의 자기계발을 지원해 높은 업무몰입도와 혁신성을 바탕으로 비약적인 성장을 달성한 기업 등 직원들에게 꿈을 주고 신뢰를 통해 주인의식을 심어주는 훌륭한 기업들이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사람중심 경영을 실천하며 타의 모범이 되고 있는 이들을 응원하기 위해 서울경제신문과 중소기업중앙회는 2014년부터 ‘행복한 중기경영대상’ 기업을 선정해왔다. 훌륭한 기업들을 격려하고 우수 사례를 주변에 전파하며 국민적 응원과 관심을 독려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모두가 어렵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어려움 속에서도 늘 해결 방법을 찾아왔다. 경제가 위기에 빠져 있는 지금 이 순간,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연금술은 사람중심 경영과 기업가정신이라는 촉매제가 있을 때 가능하다.
이를 위해 훌륭한 기업가들에 대한 범사회적 응원과 격려의 목소리가 필요한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위기의 한국 경제, 기업가들도 춤출 수 있게 우리 모두의 관심과 응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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