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경(32·요진건설)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의 간판이다. 통산 4승을 올린 기량도 기량이지만 KLPGA 투어 최다 대회 출전 기록(297경기)이 보여주듯 성실성으로 인정받는 선수다. 지난 2005년 데뷔한 그는 해외 진출 계획을 물을 때마다 “우리나라 투어 수준이 높아서 해외에 나갈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고 말해왔다.
2005년 데뷔 후 14년 연속 정규투어를 뛴 김보경은 내년 시즌 잔류는 장담 못 한다. 상금랭킹 61위의 한 끗 차이로 시드순위전으로 밀려났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SK네트웍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 전만 해도 커트라인인 60위에 정확히 걸쳐 있던 그는 최종전에서 부진하면서 1부 잔류냐 2부 강등이냐를 가리는 시드전에 내몰리게 됐다.
‘지옥의 레이스’로 불리는 KLPGA 투어 시드전이 20일부터 나흘간 전남 무안CC(파72)에서 열린다. 총 참가자 125명 가운데 20위 안에 들어야 풀시드를 얻고 40위 안에는 진입해야 조건부 시드라도 얻는다. 차가운 날씨와 매서운 바닷바람도 걱정이지만 1타에 생존 여부가 엇갈릴 정도로 피 말리는 긴장감이 훨씬 더 껄끄럽다고 선수들은 말한다. 김보경은 시드전을 통과해야만 다음 시즌 사상 첫 300경기 출전에 도전할 수 있다.
통산 3승의 윤슬아(32·파인테크닉스)와 2승의 홍진주(35·대방건설), 2016년 하이원리조트 오픈 우승자 김예진(23·비씨카드) 등도 시드전 응시자 명단에 이름이 있다. 2014년 신인 3승에 미국 무대까지 경험했던 백규정(23·SK네트웍스) 또한 서바이벌 게임에 내몰렸다. 상금 110위의 백규정은 C조 12위로 시드전 예선을 통과해 본선에 나선다.
시드전은 내년 시즌 기대주들을 위한 무대이기도 하다. 아시안게임 단체전 은메달 임희정(18)과 월드아마추어팀챔피언십 개인전 금메달 조아연(18)이 도전장을 던졌고 지난 2일 끝난 2부 투어 왕중왕전 준우승자 이세희(21)도 정규투어 문을 두드린다. 조아연은 시드전 예선 B조 1위, 이세희는 C조 1위를 차지했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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